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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예찬

725호 · 2014-01-17

나이는 40대 중반,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달리 스트레스를 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대안으로 ‘맛집’에 관심을 갖는 중년남자들 중의 하나이다.

작년 가을, 일탈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회사근처의 일식요리학원에 등록을 하였고, 1년간의 과정을 어렵사리 수료하였다.

이후 간혹 주말에는 제법 그럴싸한 음식들을 만들어 가족들이나 친지들을 불러 함께 하기도 한다.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요리를 만드는 것이 먹는 것보다 더 즐겁다는 점이다. 누군가 나의 취미를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요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요리관련 소재의 콘텐츠에 당연히 관심이 많다. 지인의 추천으로 ‘마스터 쉐프 US 시즌3’ 라는 미국의 요리 대결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여러 참가자 중 ‘크리스틴’이라는 30대 초반의 베트남계 미국인 여자가 천재적인 미각과 눈물겨운 노력으로 그 시즌의 우승을 차지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지없이 밝고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녀가 희귀병을 앓으며 10년 동안 점차 시력을 잃은 시각 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치명적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 딱 미국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영웅 드라마!” 라는 생각이 들어, 그 여자의 우승을 예견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요리 경연이 후반으로 가던 어느 미션에서, 그녀는 수년 전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베트남풍 요리를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의 세 명의 심사위원 중에 정말이지 부드러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못돼 먹은 성질머리와 험악한 독설로 출연자들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들던 ‘고든 램지’라는 요리사가 이렇게 심사평을 했다.

“나는 지금 두 가지 소원이 있다. 첫 번째는 당신이 만든 이 요리를 당신이 봤으면 좋겠고, 두 번째는 하늘에 계신 당신의 어머니가 이 요리의 맛을 봤으면 좋겠다. 너무나 훌륭한 요리다. 당신이 자랑스럽다.”

서양인들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고든 램지의 감동적 극찬에 크리스틴은 물론이고 다른 출연자들도 환호와 박수를 보내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사무실에서 그 회의 동영상을 보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아야만 했다.

얼마 후에 내가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 프로그램을 한번 보라고 제안하였던 지인분과 만나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분도 이 프로그램이 좋아서 그녀가 우승 이후에 출간한 책까지 사서 읽어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 책의 내용에는, 그녀에게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겹치는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력도 잃어 실의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예전 ‘엄마의 음식’이 먹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시피도 알 수 없었고, 더구나 눈이 멀어 샌드위치 한 조각도 만들 수가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한심스러워 ‘이제라도 해보자’하며 그때부터 요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순간 번쩍, 나는 나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소중한 것이 가까이 있을 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기 어렵다. 고향이 이북인 부모님 덕분에 난 명절만 되면 여느 식당과는 좀 다른 만둣국, 온반, 가자미 식혜 등 어머니 특유의 이북음식들을 맛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께서 멀리 떠나신다면, 나에게 여느 보약보다 힘을 나게 해주던 ‘엄마의 음식’을 영원히 맛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슬픔이 생겼다. 당장 어머니에게 비법을 전수 받아야 하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기록을 할까? 음성으로 인터뷰를 해서 녹음을 할까?

모든 이에게 ‘엄마의 음식’이 있을 것이다. 근사하던 그렇지 않던, 혹은 아주 독특한 맛이던 평범한 맛이던 ‘엄마의 음식’은 가족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어머니 손맛을 몸 전체가 그냥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엄마의 음식’에 젖어드는 우리의 입맛처럼, 어쩌면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의 말씀에 젖어들어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뜨는 맛집이나 스타 쉐프의 레스토랑에서 정찬요리를 즐기는 것도 폼 나는 즐거움이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엄마의 음식’을 지키고 즐기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엄마의 음식’을 찾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가장 평범한 일이 우리에게는 ‘엄마의 음식’과 비교할 수 없을 소중한 시간임을 새삼 깨달았다.

음식은 단순히 혀를 즐겁게 하고 포만감을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추억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정성을 담는 것이다.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리가 좋다.

JK필름 대표 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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