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뿌리는 잘라내야 한다
멕시코(Mexico) 동부, 대서양 멕시코 만(灣) 연안의 뜨거운 열기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한낮 최고기온이 섭씨 45도를 넘나들 만큼 대지는 뜨겁게 달구어져 야외활동은 생각지도 못할 판이다.
그런데 이 더위보다 더 우리를 괴롭힌 것이 있으니 바로 벼룩이었다. 옷을 뚫고 물어대는 모기도 모기지만, 이 벼룩은 보이지도 않고 침대 매트리스에 숨어 있다가 우리가 자는 동안 팔과 다리를 시뻘겋게 물어댔다. 아침이면 서로 팔 다리를 들어 보이며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이 땅에 온 본래 목적만 달성된다면, 그런 것들은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집회를 배설한 이가 정말 그 집회를 위하여 하늘 보좌를 두드리지 않으면 하나님은 결코 복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시지 않는다.
이초석 목사님만 모시면 될 것이란 안일한 태도는 결코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없다. 알바라도(Alvarado)의 앙헬(Angel) 목사는 낚시하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그야말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모세(Moise) 목사의 소개로 집회를 열었지만 도무지 그런 갈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어려움이 목사님께로 돌아온다. 그 얼어붙은 심령들을 깨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하여 목사님은 더위를 먹은 데다 벌레에 물리고, 두통, 복통, 설사까지 설상가상의 어려움 속에 집회를 인도하셔야 했다.
그러나 마쿠스파나(Macuspana)의 베네리세(Venerice) 목사는 달랐다. 지난 과테말라(Guatemala) 집회를 소개했던 그는 선교에 대한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자세로 우리를 감동시켰던 인물이다. 목사님의 설교를 얼마나 잘 들었는지 이미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주지사를 움직여 경호, 차량, 영접 등 모든 지원을 끌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월요일이라 모든 골프장이 쉬는 날임에도 그는 주지사를 통해 특별히 목사님이 운동하실 수 있도록 조치해놓았다. 주지사 비서실에서 나온 관리들이 카트를 10여대에 나누어 타고 목사님을 따르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심신이 잔뜩 지쳐있는 목사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목사님은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종을 쓰시려니 또 이런 배려를 하셨구나!”하고 기뻐하셨다.
이튿날 오전 주지사 공관을 방문하였다. 히메네스(Arturo Nunez Gimenez, 65세) 타바스코(Tabasco) 주지사는 42년의 정치경력에 2선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지낸 노회한 정치가였다. 그는 취임한지 6개월이 되었지만 그에게는 고민이 많았다. 출입기자들은 부패한 관리들을 정리해야한다고 거듭 조언했지만 결단을 못하고 괴로워하던 중이었단다. 그런데 목사님은 주지사와 회동한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주지사님은 이 타바스코 주라는 나무를 지탱하는 곧은 뿌리입니다. 그러나 이 나무를 성장 발전시키는 것은 그 곧은 뿌리에 붙어있는 잔뿌리, 곧 당신의 참모들입니다. 그런데 잔뿌리가 썩었다? 그러면 이 나무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썩은 뿌리는 잘라내야 합니다. 어차피 썩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히메네스 주지사는 목사님의 조언에 큰 힘을 얻고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들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고 후에 종교담당비서가 집회 장소에 찾아와 전했다. 목사님을 만나 6개월간의 체증이 다 사라졌다며 크게 기뻐하더란다. 그는 백성을 교육하여 잘 살게 하는 게 소망이라며 한국을 방문하여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목사님은 ‘나와 철학이 같다’며 이 나라가 살 길은 우리 대한민국이 그랬던 것처럼 오직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달려있음을 거듭 강조하셨다. 목사님은 주지사와 작별하며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다음주에 계속)
한은택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