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곧 미래다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소실된 지 5년 3개월 만에 복원되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 한 노숙자의 한풀이식 방화로 우리의 국보 1호는 허망하게 불타고 말았다. 그것도 지상파 TV의 생중계 속에,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말이다. 그것은 역사 보존에 대한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역사적 자존감이 처참하게 붕괴하는 모습이었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 수많은 이민족의 외침과 전란(戰亂)이 있어왔고, 그 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일이었다. 그것은 사실 불가항력적인 일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일어난 문화재 유실 사건들은 대부분 인재에 의한 소실이었기에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을 만큼 낯부끄러운 일이다.
가끔씩 뉴스를 타고 흘러나오는 문화재 관련 소식들은 관광객들의 무차별한 낙서로 훼손되는 문화재들, 그리고 방화에서 시작된 산불로 타버린 문화재들에 대한 안타까운 고발들이어서 스스로 문화민족입네 하는 자부심이 참으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음을 느낀다.
이번 숭례문 복원을 총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은 복원공사를 마치며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숭례문을 복원해냈다는 기쁨보다는 조상에 대한 죄를 조금이나마 씻은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역사의 보존은 단지 조상에 대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우리 후손들에게 더욱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따쥐 박물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 세계적인 역사유물의 전시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자국민들의 문화적 자존감을 대변하고 상징한다.
유럽의 박물관을 보고 문화재 약탈의 도둑창고라고 폄하하거나 미국 박물관에 대해 200년이라는 일천(日淺)한 역사를 억지로 포장하고 있다며 조롱하는 소리도 있지만, 이는 그러나 있는 문화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민족이 할 말은 결코 아니다.
더더구나 근심이 아닐 수 없는 현실은 국사교육의 부재다.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한 이후, 우리의 역사 교육은 전무한 상태라고 봐도 좋다. 며칠 전 뉴스에서 기자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에게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질문했더니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나왔다.
2차 대전 일본 전범들이 합사된 묘지로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이곳을 우리 젊은이들은 ‘무슨 신사(紳士), 즉 젠틀맨(Gentle-man)을 가리키는 말 아니냐’고 하니 이는 실망을 넘어 절망이다. 역사를 배우고 보존하는 일은 결국 나를 발견하고 지키는 일이다. 어느 민족이나 개인이나 과거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더더구나 미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광야에서부터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나와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기억하라’고 피를 토하신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그 극명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처참한 역사에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하나님을 기억에서 지운 그들이 어떤 비극을 맞아야 했는지 말이다.
역사를 잊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짓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악행이다. 일본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역사왜곡은 세대가 흐를수록 한일 간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교육이 2세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비극이다. 하나님을 몰라 인생의 방향타를 잃고 멸망해가는 수많은 영혼들의 비극을 알지 않는가? 역사는 단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그로부터 미래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에너지가 된다.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은 단지 일개 소실된 문화재의 복원 차원을 넘어 우리 역사교육이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역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민족은 역사에서 사라진 수많은 나라들과 동일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고구려의 역사마저 그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왜곡이 엄연한 현실인데, 역사교육을 등한시하고야 어찌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우리 미래에 대한 불투명하고 비관적인 전망들이 엇갈리고 있는 오늘, 올바른 역사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확실한 토대를 세우는 아주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은택 전도사
henry88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