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막히면 소용없다
90년대 초 처음 캐나다 토론토 집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목사님이 부르셨다.
“지금 내가 가장 번민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니?”
나는 당연히 교회와 선교 등 목사님의 사역에 관한 일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목사님은 내 답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 말 않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가장 걱정하고 번민하며 풀고자 하는 일은 내 직원들, 나를 도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도록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솔직히 좀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목사님이 오직 교회 부흥과 선교사역에 골몰해계신 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넘게 목사님을 모시며 느끼는 점은 지금도 목사님은 그 생각에 골몰해계신다는 것이다. 그것은 변함없는 목사님의 기도제목이기도 하다. 꼭 교역자나 교회직원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목회하시는 동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목사님과 인연을 맺고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모두가 하나님의 복을 받아 잘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잊지 않고 기도하신다.
그러기에 당신이 주의 이름으로 기름 부은 목사, 장로들이 그릇된 길로 가면 끌탕을 하시곤 한다. 아마 그 심정은 가까이서 보지 못하면 알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목사님이 그러시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 과테말라 집회에서도 지난 말라까딴 집회를 도왔던 과테말라 제2의 재벌 후안이 마약 및 무기밀매로 군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목사님은 백방으로 그를 도우려 애쓰는 모습이셨다.
그의 가족과 변호사를 불러 실상을 파악하고, 대통령 아들에게도 그가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겠지만, 미국으로 압송되는 일은 없도록 힘써줄 것을 부탁하셨다. 그리고 옥에 있는 그에게 전화하여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부디 하나님께서 후안이 비록 중죄인이지만, 말라까딴 집회를 적극 돕고 하나님의 종을 왕처럼 대접했던 일을 추억하시고, 새로운 길로 인도하시길 함께 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목사님께 왔다가 떠나곤 했다. 처음 목사님을 만나 뜨거웠던 그들은 아낌없이 물질을 쓰며 목사님을 기쁘게 했고, 목사님 옆에서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축복이 그들과 함께 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목사님을 도왔던 사람들 중에 하나, 둘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면 될 듯 될 듯하면서도 뭔가 풀리지 않으며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목사님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실 때,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동원하여 넘치도록 축복해주시건만,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아무리 하나님의 종을 도우며 열심을 내었다쳐도 그들 스스로 하나님의 법을 따르고 순종하지 않으면 하나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목사님 앞에서 목사님이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멘하며 소리친다 해도, 귀가 막힌 채로 현실에 돌아가 그 말씀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진심으로 종을 대접하고, 종을 도와 일했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신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이 깨닫기를 갈망하고 기다리신다. 그들이 깨닫고 돌이키면 복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집, 자존심에 얽매여 변화하지 않으면 고통의 시간은 더 연장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지혜로운 자와 동행한다 해도 눈과 귀가 막히면 지혜를 얻을 수 없는 법이다.
나 또한 너무도 부족함을 절감한다. 해외에 나가 만난 회원들이나 외국 성도들이 목사님의 설교 한마디에 크게 깨닫고 삶에 실천하며 복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간증을 듣노라면, 큰 도전과 함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그래,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참고 인내해주셨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종을 도와 지금까지 일하게 하시는 하나님, 너무나 부족한 나를 여전히 격려해주시고 신뢰해주시는 목사님, 집회에 다녀오면 수고 많았다, 고생했다 하며 인사해주는 성도님들, 나는 그저 감사밖에 할 말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마치 복권 당첨된 것처럼 천국에 갈 것이 아니라 정말 당당히 주의 이름을 부르며 도열한 천사들의 환호 속에 천국에 들어가는 그날이 내 것이 되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 더욱 열심을 내야한다.
한은택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