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선진화
미국 조지아(Georgia)주 애틀랜타(Atlanta)에 갔을 때 목격한 장면이다.
길벗 집사님이 우리를 태우고 공항 근처 숙소로 가는 길이었다. 교통량에 비해 워낙 도로가 넓게 뚫려있어서 차량들은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속력을 줄이더니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앞을 보니 왕복 차선에 있는 모든 차량들이 멈춰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고, 경찰이나 긴급 911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앞에 스쿨버스가 정차 중이란다. 멀리 노란 스쿨버스 옆으로 오른쪽을 보니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학교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스쿨버스는 도로 우편 끝에 바짝 정차하고 있으니 왼편 안쪽 차선으로는 차가 지나가도 아무 이상이 없을 터였다. 그러나 미국 교통법이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무조건 뒤따르던 차량은 멈춰야 한단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반대편 차선의 차량들이었다.
중앙분리대가 넓게 조성되어있어 반대편 차선은 그야말로 스쿨버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차량들은 스쿨버스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모두 멈춰있었다. 참 놀라운 장면이었다. 우리 현실에 참으로 딴 세상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학원차량사고로 생명을 잃는 우리 아이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이런 장면이 더욱 부럽기만 하다.
미국 교통법에 저런 원칙이 자리 잡기까지 미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을까? 20세기 초 영국의 실상을 그린 소설들을 보면 당시 아동학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알다시피 선진국들이 여성참정권이나 아동보호에 대한 고려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들도 무지하고 어둡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더 나은 국가를 건설하려는 노력이 오늘의 저러한 선진의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란 것이 그리 빨리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총기사고로 1년에 4만여 명이 사망한다는 미국에서 여전히 총기소지법이 굳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코네티컷(Connecticut) 초등학교의 총기난사로 많은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고서야 집권 민주당에서 총기소지 규제 법안을 제출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수많은 생명을 무고하게 잃고 나서 얻게 된 사회의식의 변화라 하겠다.
우리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국가로 우뚝 서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서운 노력과 잠재력으로 오늘에 서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모델로 삼아 닮으려했던 선진국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한다.
수백 년을 경험해야 얻을 수 있는 사회가치들을 우리는 짧은 시간에 그들에게서 배워온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에 거저는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도입하고도 그 제도가 정착하고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피부로 느끼게 되기까지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루어가야 할 사회가치들이 많다. 정치적 민주화는 많이 진전되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노인이나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및 복지의식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것이 힘에 의해 억압되고, 토론보다 목소리 큰 힘에 좌우하는 현실들을 만난다.
산업의 발전을 통해 세계적 기업을 길러내고 먹고 살만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 받고 자유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건강한 보수의식을 가진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길이며 애국심을 고취시켜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길이다.
미국 시민들이 스쿨버스가 정차해있는 반대편 차선에서는 달려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몰라서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미국 시민들 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로 발전해가길 원하는가?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찬송하는 이 나라에 하나님의 각별하신 관심과 기대가 있다.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국가 발전 및 사회의식의 선진화를 이끌어가야 옳지 않겠는가.
한은택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