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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은 버려!

658호 · 2012-10-05

“아뿔싸! 이런 말도 안 되는….”

순식간에 자료가 지워지고 말았다.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며 정리했던 자료가 눈앞에서 사라진 것은 정말 찰나에 불과했다. 무심코 누른 버튼 하나에 빛도 못보고 그 생명을 다해버린 것이다.

그간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만한 교육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어떤 것은 이런 이유로, 또 어떤 것은 저런 이유로 매번 부족함을 느껴왔다. 더구나 영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떡하면 믿음의 기초를 세우고 또 예수중심의 신앙과 색깔을 성도들에게 분명하게 전할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을 반복한 끝에 결국은 교재를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동안 좌충우돌하며 교육해온 자료들을 기초로 새로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교재를 만들 가이드라인도 없었고 준비도 빈약했다. 하지만 교육의 결과를 기대하며 부족한 지식을 쥐어짰다. 그러다 결국은 총 5과로 구성된 ‘기본교육교재’를 탈고할 시점에 이르렀다. 학습자용과 인도자용으로 구성된 교재는 인도자용 제5과, 마지막 한 단락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마저도 정리된 자료를 가져다붙이기만 하면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을 황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급한 마음에 프로그램을 닫으려다 그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메시지 창을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그냥 확인버튼을 누르고야 만 것이다. 결국 그동안 정리해놓은 것들은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고 뼈대로 삼았던 초기 자료만 남게 되었다.

한 동안 시쳇말로 ‘멘붕상태(멘탈이 붕괴된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컫는 신조어)’에 빠졌다. ‘조급이 죄’라고 누누이 말씀하셨건만…, 입맛이 썼다. ‘메시지 창을 왜 확인해보지 않은 걸까, 그 시간에 전화는 또 왜 걸려온 걸까, 왜 중간에 미리 미리 자료를 저장해놓지 않았던 것일까?’하는 별의별 생각에 속만 더 타들어갔다.

이미 책자를 만들 제본기도 사고 표지도 완성한 상태였다. 마지막 과, 마지막 단락만 정리하면 되었다. 그래서 더욱 분하기도 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 쓴 웃음만 나왔다. ‘어찌됐건 평정심을 잃은 것도 나고 버튼을 누른 것도 나다. 누굴 탓해봐야 부질없는 짓이고 자책해봐야 이미 지나버린 일일뿐이다. 미련을 버려, 이미 지난 일이야!’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 보려했지만 미련이 남을수록 아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다 문득 화면에 떠 있는 기초자료를 보게 되었다. ‘아직 나에겐 이것이 남아 있다. 다시 가는 길이니 좀 더 수월하지 않겠어?’ 생각이 이에 미치자 몸이 다시 반응을 한다. 미련이 남았을 때는 몸도 엿가락처럼 늘어지더니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순간 허리가 다시 꼿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회복탄력성’을 이야기 한다. 회복 능력이 뛰어날수록,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하듯 회복의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면 먼저 무너져 내린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서려 할 때 우리는 먼저 우리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 이미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지금까지 이뤄놓은 모든 눈물과 땀방울들의 결정체를 포기하고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상실감과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걷게 되었을 때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이 주는 압력을 견뎌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되어간다. 마치 물러 터진 고운 흙이 1,200도의 고온을 견뎌내더니 쇳소리를 내는 도자기로 탈바꿈 되듯이….

지금 운명의 장난이라 여겨질 일들로 인해 낙심하는 영혼들이 있는가? 과거 어느 시점에서 결정했던 선택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는가?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그런 상태에 놓인 분들이 있는가? 사도바울의 이 고백을 통해 다시 한 번 새 힘을 얻으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3:12~14).

신현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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