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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걸고

614호 · 2011-12-02

유럽이나 일본 등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들 중에는 그 규모를 떠나 수백 년을 가계로 이어온 기업들이 많다.

업종의 귀천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종목이 되었든 자신들의 가문을 대표하는 가업을 자손대대로 잇게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가업들이 항상 호황을 누렸을 리 만무하다. 분명 존폐 위기에 처했을 수도 있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 타협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문의 명예,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초심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다. 바로 그런 장인정신이 수백 년이 지나도 굳건히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게 한 힘이라 여겨진다. 또한 그런 전통과 정신이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축적과 탁월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힘 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뉴스에 수시로 등장하는 업체들의 사기행각, 특히 먹거리를 상대로 얄팍한 수를 쓰는 업주들을 보면 정말 분노가 끓어오른다. 더구나 처음에는 아주 좋은 이미지를 심으며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이 위기가 닥쳤다고 손쉽게 변질되어가는 모습은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어떤 사업을 하든지 분명히 위기는 올 수밖에 없다. 어느 기업가가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겠는가?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기업의 생명력을 좌우하게 된다.

목사님이 실업인 세미나를 통해 자주 강조하시는 대목이 있다. “장사꾼은 돈을 보고 뛰지만, 기업가는 사람을 얻기 위해 뛴다.”는 말씀이다. 기업의 신뢰구축, 곧 시장의 지지를 받는 것이 기업경영의 핵심임을 강조한 말씀이다. 당장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겨도 고객과의 약속을 생명으로 알고 원칙을 지키는 기업가 정신이 그 기업의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대충한다는 것은, 아니 스스로를 속이고 얕은 수를 쓴다는 것은 정말 치욕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제살 깎아먹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고 좋은 기업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데, 한순간에 이미지가 추락하게 될 선택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목사님이 늘 말씀하시듯, 나무를 키우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그 나무를 자르는 데는 십분도 채 걸리지 않는 법이다. 열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그로인해 순식간에 제로가 되는 것이 사업이다. 그런데 당장 눈앞에 손쉬운 이익거리가 있다고 스스로의 원칙과 초심을 버리고 악과 타협하는 어리석은 기업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더구나 먹거리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업 아닌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고집스런 영국군 장교와 일본군 장교와의 갈등을 축으로 전쟁의 부조리와 광기를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고집스런 영국군 장교는 콰이강 위에 다리를 건설하라는 일본군 장교의 지시에 단식으로 거부하다 부하들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일본군의 만행에 결국 굴복하고 다리 건설에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영국군 장교는 부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왕 이 다리를 건설하게 되었다면, 영국군의 명예를 걸고 최고의 다리를 세워보자.”

보통 적국을 이롭게 할 뿐인 다리 건설에 마지못해 나서 대충 부실공사나 하고 말 것이 뻔한데, 그 영국군 장교는 생각이 달랐다. 역사는 그 다리가 영국군 포로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기록할 것이고, 그는 역사와 명예를 생명처럼 여긴 것이다. 그리하여 다리 건설은 영국군 장교의 치밀하고도 철저한 설계와 시공 속에 진행된다. 이를 지켜보는 일본군 장교도 그의 생각과 자세에 감동을 받게 된다.

비록 실제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다리가 폭파되는 허망한 결말을 맺지만, 동남아의 깊은 오지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작은 다리 건설에 그토록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전력을 투구하는 영국군 장교의 정신과 자세는 아직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름, 명예, 소중한 가치다. 우리가 그날의 받을 상을 위해 뛰면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명예가 아닐까 한다. 이는 하나님의 이름과 교회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비단 내 이름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교회의 명예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세상 유혹 앞에 나를 지키는 싸움은 곧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영적 전쟁인 것이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

Henr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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