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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호 목차 › 붕우칼럼

그리운 건 고향뿐

586호 · 2011-05-20

“창 밖에 밤늦도록 비가 내리고, 등불 앞에는 만 리 고향을 향한 마음만이 서성이네.”

이것은 신라 말기의 학자였던 최치원이 쓴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의 일부다.

이번 우크라이나 목회자 세미나를 모두 마치고나서 호텔방에 돌아와 홀로 앉아있자니 내가 꼭 이런 심정이었다. 말도 설고 물도 설은 이국땅 호텔방은 내게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 말도, 글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리움이라는 말(馬)을 타고 고향으로 달리는 것 밖에.

더욱이 하루 세 번 진행된 세미나로 인해 진이 빠질 대로 빠졌기에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짙었다. 소도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젖을 짠다는데, 하루 세 번 진액을 짜내다보니 나는 거의 탈진상태, 공황상태였다. 그 상태로 혼자 호텔방에 있자니 향수에 젖을 수밖에.

귀소본능 때문일까?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립고 정겹다. 잠시 해외에 나와 있어도 몇 년 동안 가보지 못한 고향인양 마냥 그립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고국, 내 집 뿐이 아니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고향이 있다. 바로 내 교회와 성도들이다. 내가 때론 해외에서 곧바로 교회로 가서 단에 서는 것은 고향 같은 내 성도들이 너무 그리운 까닭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나로 하여금 피곤함을 잊게 한다. 내가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입발림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 나의 성도들은 언제든 돌아오고픈, 잠시라도 못 보면 눈이 짓무를 것 같은 사랑스럽고 포근한 나의 고향이다.

나는 고향이 있어 참 행복한 사람이다. 돌아올 고국이 있고, 돌아오면 반겨줄 성도들이 있으니. 그리고 언젠가 갈 영원한 고향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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