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같은 화가가 되어라
우크라이나(Ukraine) 동북부의 작은 도시 수미(Sumy)는 참 평온해보였다.
드네프로(Dnpropetrovsk)로부터 차로 6시간을 달려온지라 온몸에 피곤이 몰려왔지만,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숙소 창문으로 달려들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니 한편 신선하면서도 평온함이 느껴졌다.
우리를 영접한 드미트리(Demitry) 목사는 발레리아(Valeria) 목사와 함께 이번 집회를 준비했는데, 도시 역사상 세계적인 부흥사가 찾아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몹시 흥분한 표정이었다. 더군다나 말로만 듣고 영상을 통해서만 보던 목사님을 직접 눈앞에서 대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7년 전, 라트비아(Latvia) 리가(Riga) 집회 영상을 통해 목사님을 처음 알게 된 그들은 그 이후 줄곧 목사님이 이 도시에 오게 해달라고 기도해왔다고 한다. 여느 부흥사들이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는 방문할지 몰라도 중소도시까지 찾아가는 일은 드문 일인지라, 그들은 목사님께 거듭 사의를 표하며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드미트리 목사에게는 아픈 가정사가 있었다. 14세 된 막내딸 일로나(Ilona)가 있는데, 그 아이가 돌이 되었을 때 다리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가 그만 의료사고로 한쪽 발목이 기형적으로 꼬부라지고 말았다. 부모 마음이 그동안 오죽했겠으며,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일로나 역시 어릴 때야 모르고 지났겠지만, 앞으로 감당해야할 시간들이 어떠할까?
드미트리 목사가 전도하러 다니면 주위에서 ‘자기 딸이나 고치지’ 하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어야 했단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드미트리 목사 부부의 마음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으리라. 드미트리 목사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 부부는 일평생 이 아이에게 죄 지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미를 떠나던 날 아침,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드미트리 목사와 딸 일로나가 숙소로 찾아왔다.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오는 그 아이의 얼굴은 역시나 밝지 못했다. 목사님께 드리겠다며 조그마한 종이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목사님은 일로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격려하셨다.
“이야, 너 보통 잘 그리는 게 아니다. 너 나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위대한 화가가 되겠구나! 내가 보기에 너는 지금 네 다리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 같구나. 그러나 너는 100가지 중에 단지 한 가지에 문제가 있을 뿐이야. 그 한 가지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더 많은 99가지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면 너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 10년 후에 다시 만나지 않으련? 그때가 되면 너는 이 다리도 다 고칠 수 있을 것이고, 훌륭한 화가가 되어있을 거야. 나는 확신한다. 그때 슬라바 목사님하고 아빠랑 같이 한국에도 오렴. 너를 위해 전시회도 열자꾸나. 나는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단다. 너에게 더 넓은 세계를 열어줄 수도 있을 거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마라. 네 아빠와 엄마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들이 반드시 너에게 이루어질 거다. 목사님 또한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일로나가 그려온 그림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고 볼에 입맞춤을 하시며, 소녀의 암울한 과거를 씻어주려 애쓰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일로나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목사님은 드미트리 목사를 따로 불러 권면하셨다.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푸셔서 고쳐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오늘날 의학기술이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내가 일로나에게 말한 10년 후면 더 나은 기술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고칠만한 믿음이 못된다면 의학에 의지하는 것도 결코 죄가 아닙니다. 의학도 다 하나님이 주관하시기 때문입니다. 기도 많이 하시고 열심히 주를 위해 충성하시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드미트리 목사는 눈물로 감사했다. 비가 내리는 수미를 떠나며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드는 일로나의 엷은 미소를 보았다. 오늘의 만남이 일로나의 일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목사님의 장점은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금 앞에 닥친 일을 결코 회피하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그 문제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수미에서 하리코프(Kharkov)로 오는 길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빗줄기를 뚫고 달리는 동안, 하나님의 사랑이 진하게 전해오는 느낌이었다.
한 영혼에 생명을 공급하는 일, 얼마나 귀한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일만을 위해 살아가는 세상에, 이웃을 위해,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해 격려하고 기도해 주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