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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목차 › 외국에서 보낸 편지

우리목사님

538호 · 2010-06-18

“이것 받아둬. 그리고 급할 때 써라.”

‘이거면 저런 바퀴 달린 편한 가방 몇 개는 살 수 있는 돈인데….’

선교사로 사역을 하면서 얻는 특권 중의 하나가 해외집회 때 목사님과 같이 생활하는 날들이 일 년 중 며칠씩 있다는 겁니다. 저는 목사님을 해외집회 때 뵙는 자체가 기쁘고 같이 지내는 날들이 즐겁기도 하지만, 옆에서 목사님을 모시면서 많은 은혜를 받고 또 많이 배웁니다. 그러다보니 목사님의 여러 가지 모습을 아주 관심 있게 보게 됩니다.

목사님을 만나는 것이 왜 좋으냐하면, 꼭 만나면 기분 좋은 말씀을 하십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제가 들었는데, 이번에는 “야! 너 독일 가더니 얼굴에 은혜가 넘치는구나.” 하시며, 얼굴이 좋아졌다고 30분은 말씀하셔서 헤어진 지 3주가 된 지금도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가 목사님 가방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해외 선교가 아주 잦으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007가방에다 목사님의 필요한 것들을 넣어서 들고 다니셨는데, 그것이 무겁고 늘 불편해보였습니다.

몇 년 전 키예프 집회 때, 집회를 마치고 목사님께서 식사 후에 잠깐 산보를 하시다가 가방가게 옆을 지나치시게 되었는데, 들어가셔서 아주 오랫동안 가방을 고르시다가 마지막에 두개를 고르시고, 그중 하나가 목사님 마음에 드셨는지 그것을 몇 번을 들었다가 놓으시고 들었다가 놓으시고, 그러시다가 한국 돈으로 얼마지 몇 번 물어보시더니, 결국 비싸다고 돌아 나오시면서 그 가방을 여러 번 쳐다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고 불편한 007가방을 늘 들고 다니시더니, 얼마 전부터는 조금 큰 가죽가방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태원 뒷골목에서 아주 싸게 사셨다고 즐거워하셨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공항 안에서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행 가방이 무겁거나 조금 크면 아주 힘도 들고 불편합니다.

이번 집회 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같은 비행기로 온 후에, 그곳에서 목사님 일행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갈아탈 비행기까지 시간이 없었고, 목사님 일행도 시간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목사님 저 갑니다.” 하고는, 저는 저대로 뛰고 목사님은 목사님대로 뛰어가셨습니다.

보기에 조금 무거워 보이는 가방이었습니다. 헤어진 후 저는 제가 갈아타는 곳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글쎄 조금 전 헤어졌던 목사님과 일행이 급하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목사님 일행이 비행기를 갈아탈 게이트가 갑자기 변경되었는데, 그곳이 제가 있던 곳 바로 옆이었습니다.

그래서 일행모두가 그 복잡하고 긴 공항 안을 무거운 짐들을 들고 뛰어오시느라, 도착하셨을 때에는 모두 얼굴이 빨개졌고, 힘든 표정이 역력하였습니다. 목사님의 이마에도 땀이 많이 맺혀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곳에서 몇 분이라도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게 내심 기뻤습니다.

그렇게 모두 그곳에서 한숨을 돌리고 앉아있을 때, 우리 바로 앞에 한 외국인이 목사님 것과 같은 크기의 가방인데, 바퀴가 달려있는 가방을 끌고 오다가 우리 앞에서 접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목사님도, 저도, 한 실장님도 모두 같이 보았습니다. 그때 한 실장님이, “목사님, 저런 것 편하시잖아요? 힘드시게 들고 다니지 마시고 저런 것을 하나사세요.” 그러자 목사님은 “괜찮아, 이거면 되지 뭐.” 하시면서 그 가방을 들었다 놓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추위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꼭 내복을 입으십니다. 이번에도 그러셨습니다. 그래서 목사님 가방엔 내복도 들어있게 됩니다. 오스트리아로 오는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도 내복을 갈아입으셨습니다. 그런데 한 실장님이 가방 사라는 말에 목사님은 손을 내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야! 돈 쓸데가 얼마나 많은데.” 하시더니,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리를 조금 높이 들어 올리시면서 내복을 보여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옆에 있던 외국인들도 보면서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러시면 큰 목소리로 “야! 이것 봐라. 이거 몇 년 입었지?” 그러시더니 걷어 올리신 속내복을 만지시며 “봐라. 구멍이 몇 개 있나? 여기, 여기, 여기.”

닳아서 여기저기 난 구멍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창피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방은 무슨 가방이야. 뭘 새로 사? 그냥 있는 거 갖고 다니면 되지.” 그때부터 저에겐 얼마동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목사님과 헤어지고 프랑크푸르트 발 비행기에 앉았을 때 문득 생각났습니다. 조금 전 2시간 전에 우크라이나 공항 식당에 잠시 앉아있을 때, 목사님께서는 “이것 받아둬. 그리고 급할 때 써라.” 하시며 얼마주신 것이 생각나 손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으니 목사님께서 주신 돈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이거면 저런 바퀴 달린 편한 가방 몇 개는 살 수 있는 돈인데….’

몇 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마음에 드는 가방이 조금 비싸 몇 번을 망설이다가 사지 못하셨을 때에도, 제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갈 때, 그런 가방 몇 개는 넉넉히 살 수 있는 돈을 꼭 필요할 때 쓰라며 손에 쥐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헤어지며 “목사님 다음에 오실 때는 좀 쉬고 가시게 넉넉히 시간 가지고 오세요. 저희가 비행기 표도, 좋은 호텔도, 골프장도, 사우나도, 음식점도 다 준비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니다, 내 걱정 마라. 난 정말 너희들만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저분이 우리 목사님이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김나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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