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인 의 식
내가 운영하는 작은 학원에는 자칭 ‘낙하산 원장’이 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딸아이를 납치하다시피 하여 학원에다 붙들어두고, 중학교 학생들의 임시 보조강사 자리를 주었다.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엄마가 바쁘니 도와달라는 뜻에서 기말고사 준비를 시켰는데, 어지간한 다른 강사들보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수준이 남달리 뛰어났다. 그러나 일체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여전히 바쁘기 만한 학원에 일손이 모자라서, 다시 딸아이에게 중등부 수학 보조강사 자리를 내주고는 몇 개월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딸아이는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나가면서 학원의 아이들을 관리하는 수준이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다른 강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이 뛰어났다. 그렇다고 칭찬을 하기엔 낯간지러운 노릇이라 난 그저 담담히 지켜보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녀의 자리는 점점 더 커다랗게 자리를 잡았고, 멋진 솜씨로 학원의 강사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 나갔다.
그렇다고 원장자리를 쉽게 물려줄 어미는 절대 아니었고, 또한 어미의 원장 자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추호도 없는 그녀였다. 언제라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서 끝까지 공부를 하겠다는 그녀의 원대한 계획을 작은 학원의 원장 자리로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다른 사업을 준비하게 되어서 학원의 원장 자리를 다른 강사에게 물려주려고 이 사람 저사람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마땅한 사람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수년을 함께 강의하며 동고동락을 한 일류대학 출신의 강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친인척이라는 사람도 그리 잘 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들과 우리 딸아이가 근본적으로 달랐던 건 주인의식, 곧 오너 마인드가 그들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퇴근길에 문단속하는 일도 없었고, 학원의 원생들을 알뜰하게 챙기겠다는 마음도 없었고, 교재 연구를 위해서 밤을 새우는 일도 없었다.
그저 한 달이 되면 급여나 받아 챙기겠다는 그들과 엄마의 학원인데 엄마가 바쁘니 내가 대신이라는 딸아이의 마음에는 근본적으로 의식의 차이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인의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주위에서 나름대로 좋은 학원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학원의 최연소 낙하산 원장 노릇을 잘 해나가고 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면서 그분의 일이 나의 일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나중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만나는 예배 시간에도 진정으로 아버지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진짜 주님의 자녀와 아닌 사람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실천하며 살아가려는 진짜 주님의 자녀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요즘 답을 찾았다.
아마 주인의식과 손님 마인드에서 비롯된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그룹의 총수 자리를 아들에게 대물림한다고 비난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어떤 자리에서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먼저 길러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떤 자리에 서있든지 주님께 ‘넌 정말 하늘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있는 오너 마인드를 가졌구나.’ 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주님의 자녀로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