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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호르몬이 넘쳐나는 멕시칸, 엑토르

527호 · 2010-04-02

멕시코(Mexico) 탄토유카(Tantoyuca) 집회는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아주 기억에 남는 집회가 될 듯하다. 탐피코(Tampico) 공항에서 처음 만나게 된 그는 항상 유머로 무장되어있는 기쁨조였다. 그의 이름은 엑토르 라라(Hector Rara), 탄토유카의 시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공항 환영인파를 뚫고 탄토유카로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저쪽에서 태극기를 높이 쳐들고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보기에도 매우 코믹해보였다. 지난 기사에도 밝혔듯이 탐피코로 오는 동안 워낙 기내에서 고생을 한 터라 그의 등장은 잔뜩 긴장해있던 우리 일행 모두에게 활기를 되찾게 해주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는 보통 사람보다 웃음 호르몬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그가 말할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역시 어떻게 하면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해줄까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같았다.

공항 주차장 너머로 펩시콜라 광고탑이 솟아있었는데, 그는 그 광고탑을 가리키며 태극기의 태극문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돌려 광고탑을 확인하였다. 정말 태극문양 중간에 흰 테두리가 들어간 것 말고는 매우 흡사했다. 우리가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자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목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제가 펩시 회사에 주문하여 특별히 설치한 거랍니다.”

그것뿐이 아니다. 탄토유카 시내를 지나다 다운타운에 서있는 동상을 가리키며 자기가 시장할 때 업적이 많아 시민들이 세워준 자기 동상이라는 것이다. 우리야 그 동상이 누군지 알 길 없으니 정말인가 하고 고개를 내밀어 보려했더니 그가 크게 웃는다. 조크였던 것이다.

그에게는 도무지 어둠이 없어보였다. 항상 밝게 웃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물으며 인사했다. 그러다보니 그와 함께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전직 시장인지라 그의 행동이 극히 자연스런 정치인의 행태라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의 친화력은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캐릭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처음 탐피코 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때, 자신을 탄토유카 전직 시장이라 소개한 그는 사람들을 잘 웃겨서 시장에 당선됐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결국 리더십도 강하고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게 마련 아니던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믿음을 주는 정치인이라면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참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런데 목사님, 정치 그거 할 게 못되더군요. 자꾸 거짓말을 해야 돼서 말이죠.”

운전 중에 찬송가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그를 보며 참 멋진 크리스천이란 생각을 했다. 항상 남에게 기쁨을 주려하고, 하나님의 은혜에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사람이라면 진국임이 분명하다.

집회 기간 내내 차로 목사님을 모신 그는 전직 시장이라 해서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목사님을 섬기는 모습에서 정말 겸손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인임을 알 수 있었다. 목사님이 탄토유카 토산품 중에 품종이 좋은 감자를 보시고 그 씨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는 시장을 구석구석 돌며 씨를 구해다주었다.

목회자 세미나를 마치고는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점심을 대접했는데, 아내와 아들, 딸들이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식사 후 뒤뜰에 나가 카우보이 챔피언이라는 아들의 로프 시범을 보았다. 그는 저만치 있는 나무 말뚝을 향해 로프를 휘휘 돌리더니 정확하게 로프로 말뚝을 휘감아냈다.

엑토르 시장은 목사님도 해보시라며 로프를 건넸다. 그러나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몇 번을 던져도 빗나가는 것이다. 한참을 지켜보던 엑토르 시장은 울안에서 키우는 염소를 끌고 오더니 한 번 로프로 잡아보시라며 풀어놓았다. 그러나 고정 목표물도 힘든 판에 움직이는 표적은 더더욱 어려웠다. 아마 그들은 몇 번 하다 안 되면 그만 두시겠지 했을지 모른다.

염소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로프를 던져도 도망갈 생각도 않고 살살 피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들이나 염소나 목사님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급기야 목사님은 로프를 휘두르며 달리기 시작하셨다. 염소는 놀라서 똥을 싸대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박장대소를 금치 못했다. 정원 끝까지 쫓아가 로프를 던지는 목사님을 보다 못한 엑토르 시장은 직접 달려가 염소를 잡더니 목사님 앞으로 끌고 왔다. 아마 로프로 염소를 잡는 일이 성공되지 못하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듯 했다.

탄토유카 집회를 마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른 새벽 탐피코로 출발하기로 했다. 엑토르 시장은 별로 잘 시간이 없었을 듯한데도, 출발시간 전에 나와 목사님을 모시고 새벽안개를 헤치며 탐피코까지 3시간을 달려주었다. 비행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하자 그는 돌아갈 생각도 않고 마지막까지 동행하며 목사님을 섬기는 것이었다. 정말 그는 우리 기억 속에 오래 남아 미소 짓게 할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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