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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두 발 딛고 있는 것도 감사하네요

526호 · 2010-03-26

파라과이(Paraguay)와 아르헨티나(Argentina) 집회를 무사히 마치고 성도들과 눈물의 작별을 고한 우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공항에서 멕시코(Mexico) 행 티켓을 발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사님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모녀가 있었다. 한국 영성세미나에도 참석했던 곤잘레스(Gonzalez) 목사 모녀였다. 그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대화가 무르익던 중, 곤잘레스 목사의 딸, 루쓰(Ruth)가 귀에 이상이 있어 들리지 않는다며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했다.

목사님은 그 자리에서 귀신을 쫓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그녀는 목사님께 안수를 받는데 귀 속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난다며 보청기를 빼내더니 이제 잘 들린다는 것이다. 기뻐하는 모녀와 작별을 고한 후, 우리는 멕시코시티(Mexico City)행 비행기에 올랐다.

멕시코시티 공항에 강풍이 불고 있었다. 멕시코시티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하며 고도를 낮추던 비행기는 강풍으로 인해 계속 흔들렸다. 가까스로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조종사가 강풍으로 인해 착륙 조절을 잘못했는지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한번 크게 튀어 오른 후에야 안착했다. 그 충격으로 짐칸의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내리는 사고가 있었는데, 다행히 가벼운 조각이라 다친 승객은 없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멕시코시티는 도시 자체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만 걸어도 호흡이 가쁘다. 다음 집회 도시인 탄토유카(Tantoyuca)로 가기 위해 우리는 다시 탐피코(Tampi-co) 행 국내선 비행기로 타야했다. 김성자 전도사의 티켓에 문제가 있어 탑승시간이 임박해서야 게이트에 도착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서둘러 걸어야했고, 우리 모두는 숨이 턱에 닿는 느낌이었다.

겨우 숨을 고르며 탑승정원이 약 40명 정도 되는 탐피코 행 프로펠러 비행기에 올랐는데, 자리도 좁아터진데다가 냉방이 시원찮아서 마치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멕시코시티 공항의 강풍이었다. 프로펠러 비행기는 힘겹게 이륙하여 고도를 상승하다가 선회를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크게 휘청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정말 간 떨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두 손과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은 아득해지는 것이 방언 기도가 절로 나왔다. 두 손으로 팔걸이를 꼭 붙들고 버텨보는데, 생각해보니 그런다고 안 떨어지는 것도 아닐진대, 참 우습기도 하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깨닫게도 된다.

그러나 앞을 보니 그럴 게재가 아니다. 목사님이 많이 어지러우신지 앞좌석에 머리를 묻으시곤 꼼짝을 안하신다. 라구나(Laguna)가 얼음으로 목을 마사지해드리고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안마해드렸다. 주위에 있는 승객들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탐피코에 이르는 1시간 10분의 비행 동안 어떤 정신으로 왔는지 모른다. 1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조종사의 착륙준비 메시지가 방송 되자 긴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많은 비행 경험으로 요즘은 높은 고도에서 기체가 흔들려도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에는 몹시 당황하곤 하였다. 비행기라는 것이 흔들린다고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저 꼼짝 못하고 당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이륙 중에 일어난 일이라 몹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 사고의 대부분이 이륙과 착륙 중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늘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떨어지면 천국 가는 거다. 마음을 비워라’고 말씀하시곤 했지만, 이번처럼 실감한 적이 없다.

비행기가 무사히 탐피코 공항에 착륙하고 트랩을 내려 땅을 밟으니 깊은 감사의 마음이 밀려온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있는 것만도 감사가 넘친다.

‘그래, 우리에게 감사할 일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목사님도 신선한 공기를 맞으니 기운을 차리신 듯했다. 정말 사지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 격전을 치르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멕시코시티의 호흡곤란, 한증막 같은 기내의 높은 온도, 이륙 중 갑작스런 추락,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닥쳤으니 젊은 나이도 아니신 목사님이 저렇게 힘들어하시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이 일을 수행해야 하는 까닭에 아얏 소리 못하고 가야하는 것이 종의 길인 모양이다. 목사님의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안쓰러운 마음뿐이다. 정말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

탐피코 공항에는 탄토유카 집회를 주관한 프란시스코(Francisco) 목사와 전직 시장이었던 엑토르(Hector)를 비롯한 성도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탄토유카로 가기 전에 탐피코 시내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였다. 엑토르 전 시장이 얼마나 유쾌한 대접을 하는지, 목사님은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고 기뻐하셨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유쾌하게 떠들며 식사를 하는 동안, 잔뜩 긴장했던 모든 신경세포들이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탄토유카까지 2시간이면 간다고 하였다. 그러나 길은 험했고 밤이 깊어 가는지라 밤에 싸인 탄토유카에 도착하니 이미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숙소에도 많은 성도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님은 그들의 진솔한 환영에 깊은 사의를 표하시고 집회준비를 위해 애쓴 일꾼들을 격려하셨다. 이제 멕시코에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주여,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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