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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그릇의 은혜를 기억하자

523호 · 2010-03-05

흐르는 물 한잔을 떠줘도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사님의 말씀.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수년 전 어느 후배가 영화를 만들고도 개봉을 못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저예산 독립영화라서 배급 제작이 완성된 영화 필름을 상영관에 배포하는 작업이 수월하지 못했었던 것 같았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포털 사이트에 저예산 독립영화의 딱한 사정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고,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간청하여 기사를 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후 영화는 전국 200개의 개봉관에서 상영될 수 있었다. 자신의 영화가 상영관을 얻게 되었음에도 그 후배는 단 한마디의 인사도 없어 그 후배를 마음에서 지우기로 했다. 인사를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쉬운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후배의 사건과 어우러져 기억나는 다른 한 분의 영화 감독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그 감독의 ‘ㅇ’라는 영화 시사회에 갈 기회가 있었다. 시사회 상영 후 감독과 나눈 짧은 대화. “관객이 얼마나 들까?” “감독님, 제가 50만명 책임질게요!!”

무거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우스개 삼아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 그날을 까맣게 잊고 살아갔는데 영화 총동원 관객 수가 집계되어 나오던 날에 한 통의 글을 받았다.

‘시사회 날 극장 앞에서 만나 뵈었을 때, 50만명 책임지겠다고 하신 약속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영화 관객 100만 명 중 50만 명이 ○○○님께서 보내신 걸 저는 압니다. … 꽃보다 아름다운 분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2002년 X월 X일 이○○감독 올림’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외마디를 기억하고 글을 보내준 그분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지만, 그분의 정성담긴 몇 줄의 글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사소하게 지나쳐도 될 나의 말을 고맙게 접수해주고, 감사의 글까지 보내 준 감독과 정말 고마워해야 될 상황에서 인사 한마디도 남기지 못하는 후배를 생각하면서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배울 수 있었다.

중요한 사실은 후배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두 번째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그 감독은 몇 년간 우리나라 문화관광부를 관리 감독하셨고, 그곳에서 물러 난 후에 새롭게 제작한 영화는 세계적인 영화제에 출품되어 수상을 받아 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세상과 온 나라에 알려졌다. 물 한 그릇의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사건은 목사님 말씀과 더불어 분명 삶의 소중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목마를 때 시원한 물 한 그릇은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지만 갈증이 잦아드는 순간부터 목말랐던 순간을 망각하게 되는 것도 사람이다.

물 한 그릇을 대접 받았던 그날의 은혜를 망각하게끔 만드신 것도 하나님이시지만 물 한 그릇의 은혜를 받았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희망을 허락하신 것도 하나님이시라고 생각한다. 망각과 희망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은혜를 갚으며 살겠다는 자세는 우리를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물 한 그릇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목사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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