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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

521호 · 2010-02-19

“100년을 기른 나무라 해도 자르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성냥개비 하나가 온 산을 태우는 법이다.”

베네수엘라(Venezuela)의 카라카스(Caracas)와 바르키시메토(Barqui-simeto) 집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정말 가슴 뜨거운 사건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집회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미국 애리조나(Arizona) 주 피닉스(Phoenix)에서 온 디에고(Diego Mo-reno) 목사가 있다. 그는 그의 비서 노르베르또(Norberto)와 함께 2007년 11월, 멕시코(Mexico) 띠쿨(Ticul) 집회에 참석한 이후, 그동안 멕시코 에르모시요(Hermosillo) 집회 등 중남미 각 집회의 길을 열어왔다.

2008년 11월, 첫 베네수엘라 집회의 길을 연 것도 그였다. 현지 목회자들에게 목사님을 소개하고 집회개최를 추진하여 이 선교사에게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중남미 집회를 중개해온 셈인데, 문제는 그가 그런 중개역할의 대가로 돈을 받는 데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집회 준비 측의 재정이 여유가 있는 상태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간혹 어려운 가운데서 집회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곤 하였다.

이런 불만들이 오해를 낳았고, 이 선교사 입장에서는 강사료를 비롯한 일체의 대가를 받지 않고 일하시는 목사님께 누를 끼치는 일이라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서로 갈등이 생기고 말다툼까지 발생하곤 하였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목사님의 철학에 따라 불협화음 속에서도 집회는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번 집회 경우, 원래 계획되었던 마르가리따(Margarita) 섬 집회가 전격 취소되는 바람에, 디에고 목사로서는 부랴부랴 카라카스의 루이스(Luis) 목사와 바르키시메토의 리빙스턴(Livingstone) 목사에게 부탁을 해야 할 처지다 보니 돈을 요구하기가 애매해진 것이다. 루이스 목사는 짐짓 모른척하는 것 같았고, 리빙스턴 목사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집회가 끝나갈수록 디에고 목사의 표정은 힘을 잃어갔고, 그의 뒷모습이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디에고 목사는 집회와 세미나 시간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은혜를 받기 시작했다. 벅찬 일정임에도 시간마다 혼신을 다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으로부터 큰 은혜를 받고, 그의 마음이 점차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바르키시메토 집회를 마치고 떠나기 전날, 리빙스턴 목사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는데, 디에고 목사는 목사님께 깊은 사의를 표하며, 이 선교사에게 말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동안 이 선교사님과 많이 다퉜었는데, 그게 무슨 사욕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이루려다보니 발생한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이초석 목사님의 사역이 남미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저는 카라카스에서 떠나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지금 택시를 타고 6시간을 가야합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9월에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선교사도 마음이 안됐는지 깊은 포옹으로 작별해주는 모습이었다.

교회를 떠나기에 앞서 목사님은 노르베르또를 불러, 카라카스로 떠나기 전에 디에고 목사와 함께 숙소에 들렀다 가라고 말씀하셨다.

숙소로 돌아온 목사님은 우리 일행을 모두 모아놓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100년을 기른 나무라 해도 자르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성냥개비 하나가 온 산을 태우는 법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남미 선교에 많은 결실을 이루어왔는데,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돈 때문에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우리를 악평하고 다니면 우리의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을 잃고 그동안 공들여온 기업을 무너뜨린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나는 하나님께 서원했기 때문에 돈을 받지 않고 복음을 전하러 다니지만, 성경에도 곡식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고 했고, 복음을 전하는 자들은 복음으로 먹고 살라(고전9:9~14)고 말씀하셨다. 그가 돈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를 사랑으로 품어주자.”

그리고 디에고 목사를 불러 카라카스에서 에드가르(Edgar) 장관 부부가 153 구제헌금으로 드린 물질을 포함한 2,000달러를 그에게 제공하면서 격려하셨다.

“디에고 목사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찌 베네수엘라에 복음을 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이 선교사, 라구나(Laguna)와 협력하여 남미 복음화의 대업을 이루는데 일익을 담당해주기 바랍니다. 여기 얼마 되지 않지만, 여비로 쓰세요.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 한 번 힘을 합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뛰어봅시다.”

디에고 목사는 매우 감동된 모습이었다. 우리는 떠나는 그를 깊이 포옹하며 배웅해주었다.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우리 모두에게 넘쳐나는 시간이었다.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하나님도 정말 기뻐하셨으리라 믿는다. 목사님은 오래고 빡빡한 일정으로 지친 심신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답게 마무리되니 날아갈 것 같다며 기뻐하셨다. 베네수엘라 집회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는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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