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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Navigation)

507호 · 2009-11-13

“와! 아빠, 내비게이션 사셨네요?”

아이가 차에 오르더니 호들갑을 떤다.

“그래, 하나 장만 했다. 최신형으로.”

“아빠가 왜 이거 샀는지 알아요. 지난번에 고등학교 동창회 다녀오신 것 때문에 사신 거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빠가 그날 거기 다녀오셔서 말씀하셨잖아요.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많이 늦으셨다고요.”

“그랬나? 그 날 진짜 엄청 헤맸거든.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저쪽으로 가라하고, 저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리 가라하고. 토욜 저녁이라 차는 밀리지, 유턴만 몇 번 했는지 몰라. 도착했더니 거의 동창회가 막장이더라. 친구들에게 길을 몰라서 늦었다고 했더니 다 같이 합창을 하는 거야?”

“뭐라고요?”

“아니 너는 내비도 없냐? 그러는 거야. 세상말로 쪽 팔려서 하나 장만했지. 근데 역시 내비게이션 있으니 편 터라. 주소만 치면 집도 다 찾아주고, 또 막히는 길, 안 막히는 길 다 알려주고, 과속방지 카메라 위치도 말해주고 역시 돈 주고 사니까 좋긴 좋다.”

“아빠, 이거 DMB도 되는 거죠? 실시간 텔레비전도 볼 수 있을 걸요?”

“물론 볼 수 있지. 그렇지만 운전 중에 그거 보면 위험해서 가능하면 그 기능은 안 써.”

이 때 내비게이션이 앞에 과속방지 카메라가 있으니 속도를 줄이라고 말한다. 아빠가 아이와 이야기하느라 미처 이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내비게이션은 계속해서 속도를 줄이라고 말한다. 아빠는 결국 속도를 줄였다.

“역시 좋다니까. 근데 아빠 친구 중에는 진짜 재밌는 사람이 하나 있단다. 그 사람은 내비게이션이 길을 말해주잖아? 그럼 꼭 거길 지나쳐 가거나 아니면 다른 길로 가는 거야. 그래놓고 ‘아차’ 한다니까. 틀어놓고 신경을 안 쓰는 거지. 우리가 ‘그러려면 내비게이션은 왜 달았냐?’ 그러면 ‘그러게’ 하면서 웃는다니깐.”

“진짜로 웃긴다. 근데 아빠, 이 내비게이션은 가끔 업데이트 시켜줘야 해요. 계속 새로운 길이 나고, 주소도 변경되니까 업데이트 해주세요.”

아이는 연신 내비게이션을 보며 말을 해댄다.

“아빠 300m 앞에서 좌회전하래요. 일단 1차선으로 들어가세요.”

“알아요. 내 차는 내비가 두 대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이정표만 보고 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는 세상이다. 내비게이션을 차에 장착한 사람은 가면서 길에서 헤매는 법이 없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지도 않는다. 그냥 찾아갈 주소를 치면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가장 빠른 길로, 그리고 막히지 않는 길로 인도해준다. 그대로만 따르면 된다.

지금은 성령시대다. 성령에 충만한 사람은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시므로 인생의 길에서 헤매지 않으며, 사람을 의지하여 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켜놓고도 말을 안 듣는 사람처럼, 성령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리로 가면 엉뚱한 데로 가고, 그곳으로 가면 돌아가고, 막히는 곳으로 가는데도 꼭 자기 고집대로 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놓고 후회하는 사람들이라니….

내비게이션의 원리가 무엇인가? 바로 한반도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에서 위치정보를 쏘아주기 때문에 좁은 길까지 다 찾아주는 것이다. 성령은 곧 하나님의 영이다. 곧 성령은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이 위에서 지시하시니 얼마나 좋고 빠르고 편한 길로 인도하실까. 내비게이션의 말은 잘 들으면서 왜 하나님의 말씀은 듣지 않는가.

성령이 지시한 대로 가자.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전혀 생소한 길로 인도하는 거 말이다. 이럴 때 우리는 ‘맞게 가는 건가?’ 하는 의심을 한다. 그러나 믿고 따라가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는 경험을 대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동일하다. 때론 성령의 지시대로 가다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순종하며 가다보면 어련히 성령께서 좋은 길로 인도해주시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좋은 내비게이션이라도 차에 부착만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차내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가 성도라는 이름만 가지고는, 교회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는 성령의 인도함을 받을 수 없다.

항상 기도하여 성령의 충만함을 입을 때 성령이 우리 인생에 내비게이션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내 삶을 맡기자. 성령께서 분명히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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