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나의 진실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세부(Cebu)로 가는 길은 강청하는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여정이었다. 갑작스런 베네수엘라(Venezuela) 목회자들의 방한으로 필리핀(Philippines) 일정은 늦출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세부 일정은 취소하려 했다. 그러나 세부의 유상진 목사는 통화할 때마다 몇 번이고 목사님이 꼭 오셔야함을 강청했다. 이곳 사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으나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부 섬은 정말 아름다웠다.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곳에는 인도 재벌이 세웠다는 화려한 호텔이 있었다. 세계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곳에서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국가 지도자들의 무지가 결국 국고를 유출시키고 있는 셈 아니겠는가?
선입견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세부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그곳의 주민들이 얼마나 가난 속에 허덕이는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유 목사의 선교지 마을로 들어가 보니 너무도 비참한 그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잊을 지경이었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하지 않고서는 안다고 할 수 없다.
세부 공항에 도착하니 유상진 목사 부부와 많은 원주민 성도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나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닐라보다 깨끗해보였다. 공기도 좋았다. 여러모로 좋은 환경이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세부 예수중심교회를 방문하였다.
대로변에서 갑자기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난민촌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들이 거의 틈새 없이 붙어있었고 한 집에 몇 십 명씩 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썩은 하숫물들이 흘러내려 악취가 풍겨나왔다.
목사님은 그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셨다. 하나님의 복을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이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으나 그들은 마치 앵무새처럼 허공을 치는 대답만 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기도는 나의 진실을 아뢰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을 구해야지 왜 자꾸 추상적인 말만 하고 있는가? 예수님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가르치셨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면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직장을 달라고, 집을 달라고, 건강을 달라고, 가난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를 들고 하나님께 구해라.
내가 여기 올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의 목사가 강청하며 하나님께 기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분이 기도해서 응답을 받고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해야 한다. 하나님은 여러분의 아버지다. 예수 그리스도는 여러분을 위해 죽으셨다. 무엇이든지 그 이름으로 구해라. 합심해서 기도하고 부르짖어 기도해라. 여러분 삶에 놀라운 기적이 나타날 것이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에게 천국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해줄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들의 얼굴에 점차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뭔가 깨달아 가는 것 같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목사님은 설교를 마치신 후, 모든 성도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주라고 말씀하셨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잠19:17)
시간이 너무 늦어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고, 가능한 것은 늦게까지 문을 연 대형마트의 스파게티뿐이란다. 그런데 워낙 많은 양이라 배달이 1시간 반이나 걸린다고 했다. 이 사정을 그들에게 알리고 그래도 먹고 가겠는가 물었더니 모두가 먹고 가겠다고 입을 모은다. 가슴이 찡했다. 오래 기다려도 먹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절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튿날 다시 그 마을을 방문하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짐승 같은 삶이었다. 리어카에서 팔고 있는 만두를 사준다고 하자 동네 꼬마들이 줄을 선다. 만두 하나를 받아들고는 돌아서서 게 눈 감추듯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줄을 서는 아이들, 맨발에 심지어는 발가벗은 채 달려드는 아이들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목사님은 내내 안타까운 표정이셨다.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을 지내오신 목사님으로서는 더욱 그들의 고단한 삶이 피부로 느껴지셨던 것이다.
점심식사 때 그 지역 목회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곳에 목사님의 능력 있는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가톨릭의 핍박이 거셌지만, 그동안 개신교 목회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로 복음 전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전도자들이 이곳에 와서 세미나에 치중하고 있단다. 말씀도 전해야지만, 신유의 기적, 곧 예수 이름으로 행해지는 기사와 표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목사님이 오셔서 치유사역을 베풀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일 목사님이 이곳에 오셔서 신유집회를 여신다면 이 도시 역사상 첫 치유사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시에는 약 7,0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이 있고, 이곳의 인구는 약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목사님은 이 도시에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며 교회가 앞장서서 도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오늘 이 도시의 실상을 보았습니다. 너무 가난합니다. 정말 느낀 게 많습니다. 먼저 이들에게 먹거리, 일거리를 줘야 합니다. 나도 연구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기 바랍니다. 지도자가 먼저 바로 서야 합니다. 이들의 생각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 같은 생각을 바꿔줘야 합니다.
우리 한 번 먹이면서 복음을 전해봅시다. 필요한 재원은 우리가 뜻을 함께 하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붙여주실 것입니다. 돈과 권력과 지식 있는 자들을 간접자본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정말 황금어장입니다. 이미 가톨릭이 복음의 씨앗을 뿌려놓았기 때문에 이들의 생각만 바꾸어주면 폭발적인 부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목사님은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통역을 위해 세부까지 온 신민호 목사를 붙잡고 교육하셨다. 목사님이 더 몸살이 나신 것 같았다. 분명히 가능성을 발견하신 것이다. 11개월 만에 10배로 부흥시킨 그의 노력과 변화를 인정하시고, 또한 필리핀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하신 결과라 본다. 목사님은 필리핀을 제2의 남미로 만들겠다고 역설하셨다.
세부를 떠나는 날 밤, 유상진 목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시면서도 거듭 이러한 비전을 밝히셨다.
“아주 목회하기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황금어장이 따로 없다. 제2의 남미가 되리라 확신한다. 한 번 입을 크게 벌려봐라. 큰 생각을 가져봐라. 내가 더 몸살이 난다. 그러나 너희가 하고자하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너는 분명히 잘 해낼 것이다. ”
하나님께서 우크라이나를 막으시고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 하나님은 한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 일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필리핀에 잠재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분은 여전히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영혼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계시며, 우리 교단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그들에게 복음의 빛을 밝혀주길 원하신다.
우리가 복음의 수혜자로 오늘의 발전과 번영의 복을 누리고 있다면, 우리 또한 그 받은 은혜가 계속 흐르게 해야 한다. 그 은혜의 물줄기가 계속 흘러 대양으로 넘칠 수 있도록 복음의 활기찬 통로가 되어야 한다. 정말 우리 교단이 할 일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