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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목차 › 나눔의 지혜

말짱 도루묵

491호 · 2009-07-24

조선의 임금이었던 선조가 임진왜란 때 피난길에 올랐다. 피난길이니 임금님 밥상이라고 변변했겠는가. 궁할 게 뻔했다. 그러자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임금님 밥상에 오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조는 이 물고기를 먹어보았다. 근데 이게 너무 맛있는 거다. 궁궐에서 온갖 음식을 먹어보았지만 지금껏 이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임금은 이 물고기에 ‘은어’(銀魚)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하사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궁궐에 돌아온 선조 임금은 문득 피난길에 먹었던 은어 생각이 났다.

그 때 그 은어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맛있던 은어를 다시 먹어보고 싶구나.”

다시 진상된 은어를 먹어본 선조 임금은 고개를 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때 그 맛은 고사하고 전혀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조 임금은 밥상을 물리며 “이 물고기를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하명했다. 이 ‘도로 묵’이 나중에 ‘도루묵’으로 바뀐 것이다.

삼일 금식해놓고 바로 성질내면 말짱 도루묵이다. 열심히 기도해놓고 ‘그게 되겠어?’ 이렇게 말해버리면 아귀까지 채운 물을 발로 차버리는 격이 되어 말짱 도루묵 된다. 평생을 교회에 다녔어도 성령을 받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말짱 도루묵 신앙이 된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말짱 도루묵이고, 청산유수로 말을 잘해도 행함이 없다면 그것 역시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주님은 이렇게 당부하신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2:4~5).

말짱 도루묵 된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며, 말짱 도루묵 된 신앙 역시 실패한 신앙이다. 그러므로 신앙의 첫사랑을 잊지 말자. 또한 결혼했을 때의 첫 마음, 취직했을 때의 첫 마음, 사업을 오픈했을 때의 첫 마음, 입학했을 때의 첫 마음을 잃지 말자. 첫 마음을 잃지 않는 방법은 늘 자신을 점검하는 거다. 그래서 말짱 도루묵’ 신세를 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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