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이번 가나 집회를 위해 두바이를 경유했다. 벌써 여러 차례 두바이를 방문했지만, 이번에 유독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프링클러였다. 가로수와 잔디를 스프링클러로 관리하는 것이야 LA 등에서도 흔히 봐왔지만 지금까지 간과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프링클러 바로 밑의 잔디는 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프링클러는 멀리까지 물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정작 스프링클러 바로 밑의 잔디는 물이 없어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띤 것이다.
나는 갑자기 발을 멈췄다. 갑자기 내 아들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스프링클러 같은 삶을 산 것은 아닐까. 나는 세계의 많은 영혼에게 꼴을 먹였지만, 정작 내 아들들은 물이 없어 누렇게 죽어가는 저 잔디의 모습은 아닐까. 나를 향한 아이들의 반항이 목이 탄 잔디의 절규는 아니었을까.’
문득 아들들의 말이 생각났다. 언젠가 내가 거실에 걸린 집회사진을 보며 “저게 아빠야.” 했더니 아들들이 내게 툭 던진 말이 있었다. “아빠, 저 뒤에 아들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라고.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내 아들들과 내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살릴까, 어떻게 하면 많은 영혼들을 살릴까 하고 나는 물을 멀리만 내뿜은 스프링클러였기 때문이다.
등잔은 온 방을 두루 밝히나 등잔 밑은 어두운 법. 그러나 등잔이 그 능력을 상실한다면, 방안은 무엇이 비취랴. 후회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다. 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들들을 오직 주님께 맡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