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벌써 팔순을 훌쩍 넘어버리신 우리 어머니. 슬하에 일곱 남매를 두고 거두시느라 무척이나 고생을 하신 우리 어머니. 남들처럼 학식은 없으시나 지혜롭고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넘겨주신 우리 어머니다.
나는 요즘 서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면 점심을 어머니와 함께 한다. 물론 어머니는 연세에 비해 무척 건강하신 편이지만, 살아생전에 조금이나마 같이하고픈 심정에서다.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새삼 우리 어머니가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말씀 중에도 하신 말씀을 다시 하시고, 하신 말씀을 되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늙으셨구나.’ 생각했었다. 한 번은 하신 말씀을 15번이나 다시 하시는 걸 들으면서 아들로서 가슴이 저렸다.
얼마 전에 비행기 안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화를 보았다. 날 때 늙게 태어나 거꾸로 아이가 되어 죽는 영화였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래, 맞다. 늙으면 애가 되지.’ 하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 총명하신 우리 어머니가 아이처럼 하신 말씀 되하시는 것을 보면, 배포 컸던 우리 어머니가 사소한 것에 섭섭해 하신 것을 보면 정말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되나보다.
늙으면 작은 일에도 노엽다. 작은 일에 섭섭하고, 작은 일에 슬퍼진다. 나이 들면 아이처럼 자식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럴 때 ‘노인네가 망령 낫다’고 하지 말고,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그리했듯이 다 받아드리자.
효(孝) 자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업고 있는 형상을 보고 만든 것이란다. 늙으신 부모는 아이처럼 뜻 받들라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늙으신 부모를 정성껏 보살펴 은혜에 보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