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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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곧 생명이다

468호 · 2009-02-13

머리 위까지 내려앉은 검은 하늘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꼼짝하지 않았다. 짙게 드리운 먹구름, 옷을 여미게 하는 추위로 인해 몸도 마음도 더욱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목사님은 숙소에 들어가셔서 계속 기도만 하셨다.

끼니때마다 김성자 전도사가 싸온 햇반과 컵라면에 고추장을 곁들여 드시고는 오직 기도에만 전무하셨다. 수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온 것 아닌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온 길 아닌가. 전쟁에 나선 장수에게 맡겨진 일은 오직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뿐이다. 목사님은 마치 천사를 부여잡았던 야곱처럼, 낮이나 밤이나 하나님께 부르짖고 또 부르짖고 계셨다.

이튿날 아침, 실업인 세미나가 오전 10시에 시작된다고 하여 미리 현장에 나갔다. 그러나 문조차 열려있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서야 담당 여직원이 나와 철문을 열어주었다. 단상에는 마이크도, 앰프도, 스피커도 없었다. 집회를 주관한 알베르토(Alberto) 목사도, 모세(Moise)나 마누엘(Manuel) 목사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광고나 한 것인지 참석자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10시에 도착한 목사님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세미나를 한다는 사람들이 강사를 불러놓고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러나 목사님은 곧이어 단상으로 오르시더니 육성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아프리카 가나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세미나를 위해 숙소를 나서는데 통역관인 임윤석 형제가 사람들이 별로 모이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리시는 게 어떠냐고 했습니다. 나는 즉시 그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소린가?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몇 명이 모인 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를 위해 보내심을 받았으니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할 뿐이다.’

현장에 가보니 그 지역 목회자들이 지역 유지의 자제 결혼식에 눈도장을 찍으러 몰려가서 참석자들이 얼마 없다고 하더군요. 나는 단 한 명을 놓고 목회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사람입니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십만 명이든 나는 동일한 자세로 임합니다. 나를 보내신 그분이 지금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믿기 때문입니다. 사업가는 약속을 생명으로 알아야 합니다. 10시에 세미나를 시작한다고 약속했으면 사전에 모든 준비가 되어있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준비하지 않고 어찌 사업의 성공을 꿈꾼단 말입니까? 지극히 작은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어찌 사업의 성공을 기대합니까?”

한창 강의를 진행하는 중에 그제야 장비들이 도착하여 설치를 하겠다고 들고 들어왔다. 목사님은 그들을 제지하시고 강의를 계속하셨다. 알베르토 목사나 모세, 마누엘 목사는 어찌 할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고, 봉사자들은 장비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그러나 목사님은 개의치 않으셨다.

“나는 이 강의를 마치고 저녁집회를 위해 또 기도하러 들어가야 합니다. 마냥 기다리며 시간을 늦추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 다 봐주다 저녁집회 준비를 못해 망해버린다면 이 무슨 꼴입니까? 나는 그런 어리석은 자가 아닙니다. 내가 성공한 것은 미리미리 준비하고, 약속을 생명으로 여기고,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일꾼들을 골라 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도 사람을 들어 일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골랐느냐? 바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들을 들어 쓰셨다는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실전경험이 풍부한 일꾼을 잡아 써야합니다. 40년 동안 광야에 거했던 모세를 들어 이스라엘 민족을 광야로 이끌어내셨습니다. 가나안 땅을 탐지하러 갔었던 여호수아를 들어 가나안 정복의 선봉에 서게 하셨습니다. 고기 잡는 지식과 경험에 탁월했던 베드로를 들어 사람 낚는 어부로 삼으셨습니다. 사업은 결코 이론이 아닙니다. 실전입니다.”

크리스천 사업가들의 공통된 의문들은 신앙과 사업 간에 명확한 원칙이 서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사업가의 냉철함과 신앙인으로서의 긍휼한 마음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 사업이 망해가는 것이다. 목사님은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해주셨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마25:21)

“사업과 신앙은 다른 것입니다. 사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크리스천 사업가들은 사업을 통해 이윤을 얻고 그 이윤의 사회 환원을 통해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것입니다. 전쟁에 나선 자가 보호할 자를 동반하고 나간다면 백전백패할 것이 뻔합니다. 함께 힘을 합쳐 싸울 수 있는 자를 데리고 나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밭을 갈러 나가는 농부가 병든 소가 불쌍하다고 데리고 나가 일을 시킬 리 만무합니다. 일은 건강하고 일 잘하는 소가 담당하는 것입니다. 농부는 건강한 소와 함께 많은 소출을 얻어 그것으로 병든 소를 돌볼 것 아닙니까? 크리스천의 구제는 중요 덕목입니다만 이는 도울 자와 함께 일하라는 것이 아니요, 그들은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도우면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 기반을 둔 명확한 강의에 모두가 크게 깨닫는 모습이었다.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에, 오전 세미나에 잔뜩 내려앉은 기분으로 앉아있는 집회팀에게 목사님은 오직 감사함으로 우리 일을 하자고 독려하셨다.

“하나님은 마지막까지 우리의 믿음을 보신다.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신다. 이래도 하겠는가? 이래도 하겠는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오직 감사함으로 맡겨진 일을 감당할 때, 하나님은 기적으로 역사해주신다. 어제 집회에 벙어리가 말을 하고 소경이 눈을 뜨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잘 먹고 잘 자고 충분히 기도하고 나가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자.”

땀을 내야한다며 컵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드시고 숙소로 들어가시는 목사님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정말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하나님, 당신이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종 아닙니까? 부디 이 검은 하늘을 열어 밝은 태양을 보여주세요. 이 비를 멈춰주세요.’

그러나 목사님이 집회장에 도착하실 때까지 안개비는 멈추지 않았다. 첫날의 기적을 본 성도들이 입소문을 내었는지 첫날보다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나님께서는 비를 마다않고 몰려든 당신의 자녀들에게 성령의 폭포수 같은 은혜를 쏟아부어주셨다.

목사님이 단에 오르시자 비는 멈췄다. 목사님은 성령의 가치에 대해 강력히 증거하시며 이 자리에 모인 무리 가운데 성령께서 임재하시기를 간구하셨다. 통성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이 임하여 모두가 방언으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떨며 방언으로 기도하는 성도들은 단상에 올라와서도 방언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입술을 통하여 방언통역이 쏟아졌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내가 이 땅을 축복하러 왔노라.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 너희들은 왜 나를 믿지 않느냐? 종교인들 때문에 내 마음이 답답하다. 내가 속히 올 것이다.”

성령으로 탄식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모인 무리들은 눈물로 아멘을 연발하며 회개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과 질책 속에 회개와 감사의 고백이 어우러지는 은혜의 도가니였다.

늦은 식사를 하며 이 선교사가 이번 집회 준비과정에 대해 모세 목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세 목사가 처음 집회주관을 맡긴 목사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중간점검차 와서 보니 그가 목회자들 간에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집회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 중에 알베르토 목사를 소개받아 집회 주관자를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패착이었다. 목사님은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고 말씀하셨다.

“일을 맡겼으면 끝까지 가야한다. 중간에 말을 바꾸니 준비도 안 되고, 그들 간에 분쟁이 더 심해진 것 아닌가. 오늘 하나님께서 그리도 탄식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비가 멈추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내일 목회자 세미나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내일은 비가 멈추고 해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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