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면 버려라
2008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베네수엘라(Venezuela) 집회는 남다른 기대와 흥분 속에 떠나게 되었다. 좌파성향의 차베스(Chavez) 독재정권이 자리 잡고 있고, 치안상태도 그리 양호하지 않은 나라에 복음을 전하러 가는 일이다. 더구나 집회를 떠나기 전, 목사님이 집회 중에 저격을 당한다는 꿈을 꾸었다는 보고가 들어온 상태인지라, 전 교인에 금식령도 내려지고 여러 가지로 긴장된 가운데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남미 23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Argentina), 칠레(Chile), 우루과이(Uruguay), 파라과이(Paraguay), 멕시코(Mexico), 과테말라(Guatemala), 에콰도르(Ecuador)에 이어 다시 새로운 나라에 복음의 문을 연다는 마음에 흥분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흥분된 마음은 수도 카라카스(Caracas)에서 더욱 고조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미국 조지아(Georgia) 주의 애틀랜타(Atlanta)를 경유하여 남미의 ‘작은 베네치아(Venezia)’라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하였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미국 플로리다(Florida) 주와 근접해있는 인구 약 2,800만의 나라이다. 수도 카라카스는 대서양의 카리브 해 연안에 맞닿아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카라카스의 해안선은 참 아름다웠다. 공항에는 우리 남미 선교팀을 비롯하여 헤수스 페레스(Jesus Perez) 목사가 나와 우리를 영접해주었다. 페레스 목사는 카라카스에서 큰 목회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을 대접한다고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해놓고 있었다. 페레스 목사는 우리가 이미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이번 집회가 열릴 바리나스(Barinas)로 가기 전에 수도 카라카스에서 집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놓고 있었다. 목사님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페레스 목사에게 방을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셨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러 온 예수의 종입니다. 이렇게 큰 방은 나에게 필요 없습니다. 나는 이미 세상에서 다 누려본 사람입니다. 나는 기도할 수 있는 방과 작은 회의실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나를 예수님처럼 영접하는 마음을 충분히 받았으니 방을 일반실로 바꾸어주었으면 합니다.”
하룻밤 자는데 100만원이 넘는 방을 잡아놓은 것이다. 그러나 호텔 측에 문의해보니 이미 다른 방은 만실인 상태라 바꾸어줄 수 없다고 한다. 그 비싼 방을 호텔 측에서 포기할 리 있겠는가.
페레스 목사는 목사님의 말씀을 듣더니 매우 감동된 표정으로 말했다.
“목사님이 이 나라에 오신 것만으로도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축복하신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더욱이 목사님의 겸손한 자세에 감동을 느낍니다. 부디 편안히 계시길 바라며 이 나라를 마음껏 축복해주시기 바랍니다. 방도 바꿀 수 없게 되었으니 오늘은 왕처럼 주무세요.”
페레스 목사는 내년 봄에 200만 인파가 모여들 수 있는 승리의 광장에서 대대적인 집회를 열고 싶다며 목사님께 직접 승리의 광장을 차로 돌며 보여주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 도착하자마자 100만도 아닌 200만 집회를 열자니 꿈인가 생시인가 할 만큼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목사님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페레스 목사에게 조심스럽게 당부하셨다.
“200만 집회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 일생에 마지막 집회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당장 지금부터 작정하고 조목조목 기도하세요. 그리고 언론과 방송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겁니다. 전쟁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고, 기도는 응답 받아놓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죽고자 하는 마음일 때, 이 나라를 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런 마음과 자세로 기도하며 준비한다면 이 집회를
도울 사람과 물질이 차고 넘치도록 준비될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우리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다시 승리의 광장을 둘러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는 빈 광장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장소였다. 목사님은 한국 성도들이 얼마나 기도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끼겠다며 모든 피곤이 사라지고 새 힘이 솟는다고 기뻐하셨다. 복음 전하는 일이라면 자다가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시는 목사님이 200만 집회의 비전을 보셨으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 아닌가.
기도를 항상 힘쓰고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 (골 4:2 )
이번 집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디에고(Diego) 목사는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이번 집회의 가교 역할은 했지만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일에는 다른 제 3의 도시에서 주일예배를 인도해주십사 요청할 뿐 아니라, 내년 8월에 중미 온두라스(Honduras) 집회도 열게 해달라고 강청하는 것이었다. 이미 집회 일정이 모두 잡혀있는 터라 시간을 다시 쪼개야할 판이었다. 가는 곳마다 복음의 문을 열어달라는 목사님의 기도에 하나님은 항상 어김없이 응답해주신다. 이는 또한 세계를 예수중심으로 이끌자는 우리의 비전을 두고 모든 성도들이 합심으로 기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날 저녁, 페레스 목사 교회에서 수요 집회를 가졌다. 페레스 목사와 함께 승리의 광장 집회 소식을 발표하자 모인 모든 무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목사님은 그들에게 당부하셨다.
“기도가 기초가 되지 않으면 훼방자만 늘어납니다. 그러나 기도가 기초가 되면 훼방자들은 사라지고 모두가 돕게 됩니다. 천군과 천사가 돕고, 성령께서 도우시며 권력자, 재력자, 군, 경찰, 언론과 방송이 돕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 집회의 동지들로서, 주역으로서 페레스 목사와 함께 합심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성령의 역사 가운데 귀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요동하다 떠나가고 방언이 터지며 목발을 놓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기사와 표적이 이어졌다. 목사님은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모든 성도들을 일일이 안수해주셨다.
집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페레스 목사 일행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페레스 목사는 찬양에 관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 목사님을 도와 찬양을 돕는 김성자 전도사의 찬양이 반주와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지 반주자들에게 생소한 찬양을 처음 맞춰보는 바에야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목사님은 바로 분위기를 파악하셨다.
“찬양도 중요하지만, 이는 미리 서로 맞춰보고 연습하면 무난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성령이 역사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김 전도사는 뒤에서 나를 도와 찬양만 해주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 집회팀의 건강도 챙겨주고 소소한 일들까지 도맡아 도와주는 분입니다. 그러나 집회를 위해서라면 좋습니다. 찬양은 페레스 목사가 다 맡아 준비하세요. 필요하다면 통역도 바꿀 수 있습니다. 나는 예수의 종으로서 단에 올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예수 이름으로 기사와 표적을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는 그것을 족합니다. 나머지는 당신이 다 알아서 맡아주세요.”
오직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용하려는 목사님의 순수한 자세에 페레스 목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목사님은 우리를 따로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이 집회는 유산될 수도 있다. 어찌 악한 마귀가 그냥 있겠는가? 페레스 목사의 마음만 돌려버리면 끝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더욱 마음을 넓히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주고, 모두 수용해주어야 한다. 집회를 이루기 위함이다. 남미 대륙을 품고 가려면 그런 자세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 안 된다.”
더 큰 것을 바라보는 자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슴을 노리는 사자가 어찌 토끼에 마음을 뺏기겠는가? 이기려면 버려야 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서는 거목으로 자랄 수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