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위해 자존심을 버려라
이래서야 과연 집회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 속에서도 첫날 집회는 결국 진행되었다. 폭우와 오락가락하는 전기사정이 시작 전까지도 노심초사하게 하였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게 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수많은 집회를 열어왔지만, 단 한 번도 환경이나 조건에 의해 집회가 취소된 적은 없었다. 이는 물론 오직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야말겠다는 목사님의 불퇴전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세로 나아가는 우리의 순수한 열정에 하나님께서는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셨던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반드시 암초가 나타나고 폭풍이 몰아치기도 하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기도에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문제를 치워주시지 않는다. 단지 그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은혜를 주실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인 것이다.
목사님은 힘겨운 첫 전투를 마치시고 모든 집회 관계자들을 숙소로 불러 모으셨다. 그들의 준비부족을 거론할 게재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전투에 나서는 장졸들을 끌어 모아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가장 급선무였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패배는 곧 죽음이요, 노예 신세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비록 적은 무리이지만, 여러분들이 합심하여 기도하고 집회에 만전을 기한다면 나는 반드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이제 하루 지났습니다. 하룻밤 안에도 역사는 일어납니다. 오늘 각자 집에 돌아가셔서 간절히 기도하시고 내일 아침에는 집회장으로 나가 웅덩이의 물들을 퍼냅시다. 나도 나갈 겁니다. 집회장으로 오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진흙탕에 앉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에게 하나님도 그의 삶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것입니다. 우리 한 번 해 봅시다. 할 수 있습니다.”
목사님의 독려에 그들은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목사님은 이에 더하여 즉시 한국으로 전화하셨다. 한국 성도들의 기도가 가장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성도들이 합심으로 기도해주는 토요일 저녁 집회(한국의 주일예배시간)는 엄청난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곤 한다.
목사님은 온밤을 뜬눈으로 새우셨다. TV 광고가 나가야했다. 어떻게든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했다. 밤이 맞도록 기도하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난데없이 뚝스테펙(Tuxtepec)의 시장이 목사님을 만나러 오겠다는 전갈이 왔다. 목사님의 애끓는 기도에 하나님께서는 이 도시의 최고 권력자를 보내주신 것이다. 그런데 8시에 온다는 그가 9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기다려줄 목사님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한 목적이 있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목사님은 식사도 마다한 채, 시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
9시가 넘어서 시장이 그의 보좌관 및 경호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매우 젊어 보였다. 38세란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목사님은 젊은 정치가로서 그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시장님은 아직 젊습니다. 앞으로 도지사도 될 수 있고 장차 이 나라의 대통령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얻어야 합니다. 자고로 사막에서는 늙은 낙타를 타야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고, 전쟁터에서는 백전노장의 말을 들어야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법입니다.”
이 말을 하자 구스타보(Gustavo) 시장은 목사님의 손을 덥석 붙잡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이에 더하여 말씀하셨다.
“시장님은 제가 보기에 비록 정치 초년생이지만 가정에서부터 좋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기반이 잘 닦여있다는 말입니다.”
“제 아버님은 10여 년 전에 이 도시에서 역사상 최다득표로 시장에 당선되셨던 분입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어 성취하시는 여호와(렘33:2)
그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목사님은 그에게 사람을 만날 때나 대화할 때, 연설할 때 취해야할 제스처들을 몸에 익혀야 한다며 아주 세세한 사항들까지 권면해주셨다. 그는 목사님께 흠뻑 반한 모습이었다. 먼저 그가 목사님이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기도의 응답이었던 것이다. TV광고가 절실한데 시장이 이를 막고 있었다는 것이다.
“TV광고가 나가야겠습니다. 시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구스타보 시장은 즉시 보좌관을 불러 이행을 지시하고 그에 더하여 집회장의 모든 시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제공해줄 것과 물웅덩이를 제거하는 작업에도 시청직원들을 동원하여 처리할 것을 지시하였다.
목사님은 그날 아침에 진행된 목회자 세미나에서 이 사건을 설명하시며 지도자가 가져야할 지혜에 대하여 가르치셨다.
“나는 이 도시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집회는 위기에 봉착해있었습니다. 라파엘(Rafael) 목사는 목회자들의 연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었고, TV광고도 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려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나는 밤이 맞도록 기도했습니다. 나는 절대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도시의 최고 권력자인 시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는 1시간 이상이나 늦게 나타났습니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1시간 이상 기다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에 자존심을 버리고 기다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셨지만, 내가 기다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보고 계셨기에 나의 기도대로 모든 일을 이루어주신 것입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나의 알량한 자존심일랑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존심 내세우다 전쟁에 지면 그때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성공자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는데 기꺼워합니다. 그러나 실패자들은 게으르고 공짜만 찾다가 망하고 마는 겁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세미나 후, 점심식사를 간단히 마치시고 즉시 집회장으로 나가셨다. 비를 피하기 위해 운동장 여기저기에 씌워놓은 천막을 다 제거하라고 지시하시고, 군데군데 생긴 물웅덩이의 물도 다 퍼내라고 독려하셨다. 또한 우리에게 영상스크린 설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하셨다. 우리는 다시 집회장으로 나갔다. 관계자들과 스크린 임대에 대해 상의하고 설치 위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다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이를 두고 망연자실이라고 해야 할까?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비를 피해 사라져버렸다. 아프리카(Africa) 나이지리아(Nigeria) 집회 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운동장에 홀로 서서 망연자실해하던 모세(Moses) 목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의 심정을 백퍼센트 이해할 것 같았다. 정말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기도하러 숙소로 들어가시다 뜰 앞에 서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간절히 기도하시던 목사님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 애타는 마음을 누가 알까? 고독한 지휘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또 비가 내리고 있으니 목사님의 마음이 오죽할까?
악한 마귀는 마지막까지 쫓아온다. 홍해까지 쫓아와 우리를 수장시키려한다. 그러나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불퇴전의 정신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릴 때,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둘째 날 집회는 바로 그런 기적의 시간이었다.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고, 모든 시설까지 준비가 마쳐졌다. 금요철야에 합심으로 기도해준 우리 성도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영적 전쟁은 시공을 초월해서 연합작전으로 진행됨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강력한 역사 속에 기사와 표적으로 응답해주셨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