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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 목차 › 나눔의 지혜

어두일미(魚頭一味)

435호 · 2008-06-29

오늘도 할아버지 밥상에는 고기가 올랐다. 이를 넘겨다보는 손자는 부럽기 그지없다. “할아버지는 맨날 고기 드시는데, 나는 왜 안 주나?” 이렇게 불평해도 엄마는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셔서 힘이 없으니 고기를 드셔야 해.” 라고 말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불렀다. “시장에 가서 고기 좀 사오너라. 할아버지 드셔야 하니까 연한 걸로 달라고 해.” 시장으로 향하던 손자의 머리에 번뜩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다. ‘아! 고기가 질기면 할아버지가 이빨이 아파서 못 드시겠구나.’ 그래서 정육점에 들어가 일부러 고기를 질긴 부분으로 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저녁 밥상에 차려지고 할아버지가 수저를 드시고 식사를 하시는데 고기를 드시고는 “아이고, 질겨서 못 먹겠다. 너나 먹어라.” 하시는 것이다. 손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작전 성공!’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한다. 생선은 머리 부분이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 밥상에 생선 머리 부분이 오른다. 그러나 사실 머리 쪽은 별로 먹을 것이 없다. 생선 가운데 토막이 머리 부분보다 훨씬 맛있다.

이 말의 유래도 결국 매번 생선 머리 부분만을 먹던 식구들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한다. 생전 생선 가운데 토막 한 번 먹어볼 기회가 없던 손자가 “생선은 머리가 맛있고 몸에 좋다”는 말을 퍼트려 가운데 토막을 차지했다나?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하여간 아이가 봄이라면, 청년은 푸른 여름이고, 장년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며, 노인은 눈 내리는 겨울이다. 황량한 겨울 같은 인생인 노인을 잘 섬겨야 하고, 먼저 섬겨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라.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살 날이 더 많고, 누릴 기회도 많다. 힘도 넘친다. 그러나 노인은 모든 것에서 열세다. 그러니 그분들을 잘 섬겨라. 진심으로 섬겨라. 당신도 흘러가는 세월로부터 피할 수 없다. 대접한 대로 대접받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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