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
필리핀(Philippines)은 너무 가까운 곳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착륙 준비를 위한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문 덮개를 올려보니 양떼구름 사이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Manila)와 푸른 바다가 펼쳐 보인다.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는다. 날씨도 1년 내내 따뜻하다. 천혜의 조건이다.
비록 이 나라가 70년대 이후 퇴보를 거듭하여 지금은 아시아의 후진국으로 남아있지만, 이들은 가톨릭을 통해 이미 복음을 접한 나라이다.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인 셈이다. 이제 우리 교단을 통하여 복음의 진수를 접하게 되면 반드시 저 남미처럼 부흥과 성장을 이루는 나라로 변모하리라 확신한다.
마닐라 아키노 공항에 내려 세관을 통과한 후 입국장으로 나가니 꽃다발을 들고 나온 아더 곤잘레스(Arthur Gonzales) 목사가 제일 먼저 두 손을 들며 환영해준다.
이미 집회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항까지 나와 주다니 놀라웠다. 이번 집회는 우리 교단이 주최한 것이 아니라, 아더 목사 교회에서 매년 주최하는 1주일간의 집회에 목사님을 강사로 초빙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더 목사를 따라 공항 밖으로 나가니 후끈한 적도의 열기가 온몸을 감싸온다. 급작스런 무더위가 적응키 어렵다. 그러나 곧 활기찬 환영물결에 휩싸였다.
신민호 선교사를 비롯한 마닐라 예수중심교회 성도들, 그리고 한국의 영성세미나에 다녀갔던 목회자들이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우리 모두를 열렬히 환영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님은 땀이 비 오듯 하는 상황에서도 그들과 일일이 악수하시고, 공항까지 영접하러 나와 준데 대해 사의를 표하셨다.
우리는 차에 올라 도시 외곽에 위치한 마닐라 예수중심교회로 향했다. 많은 성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더 목사와 신민호 선교사가 아침부터 공항에 나와 기다리느라 식사를 못했다며 가는 중에 우리를 중국식당으로 인도했다. 아마 아더 목사가 없었다면 목사님은 바로 교회로 가자고 하셨을 것이다. 목사님은 식당에 들어오시자마자 간단히 먹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셨다.
“성도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 주의 종이 편히 앉아 밥을 먹고 있을 수 있겠는가? 간단히 볶음밥으로 통일시켜 먹고 빨리 가도록 하자. 목적이 분명한 사람은 우선순위도 분명한 법이다. 내 양식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마닐라 예수중심교회는 빈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신민호 선교사는 그 지역에 같이 기거하며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고 7년간을 오로지 목회에 전념해온 것이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온 그의 열정이 놀라웠다. 많은 성도들이 모여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목사님을 환영하며 목사님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오는 길에 여러분의 담임목사로부터 교회를 새로 건축하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진정 성전건축을 바라고 이 교회를 더욱 부흥시켜준다고 약속해준다면 나는 여러분을 도와 새성전을 건축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를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기억하시고 그의 가정과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에 방관하고 훼방하는 자에게는 하나님께서도 반드시 그가 행한 대로 보응해주시는 분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목사님은 그들과 함께 성전건축을 위해 보아둔 부지에 가보았다. 교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건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목사님은 신 선교사에게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더 많은 부지를 돌아보라고 말씀하셨다.
마닐라 성도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 바탕가스(Batangas)로 향했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거리는 100km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도로사정이 열악한지라 3시간이상 걸렸다. 아더 목사는 가는 길에 다시 저녁을 대접해주었다. 정말 극진한 대접이었다. 그래도 그 지역에서는 비숍(Bishop)으로 불리며 교단장의 위치에 있는 인사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
그런 그가 직접 차를 몰고 수도까지 올라와 공항영접을 하고 지교회 방문까지 동행해주며, 식사 때에도 일행들을 일일이 챙겨주는 그의 겸손한 자세가 참으로 고맙고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지난 신년축복성회 때 기도원을 방문했던 아더 목사를 정말 예수님을 영접하듯 극진히 대접하였다. 한국에 다녀간 목회자들이 우리를 그토록 정성스레 대접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대접하는지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목사님은 늘 가는 곳마다 강조하신다.
“여러분이 나를 영접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이다.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것은 곧 나를 영접하는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정말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세로 극진히 대접한다. 우리는 오직 예수님이 가르치신 대로 할 뿐이다. 우리를 만드신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리의 영생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아더 목사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그의 집에 초대를 받고 갔을 때였다. 우리는 바탕가스 도착 이튿날, 아더 목사의 집으로 만찬에 초대를 받았다. 아더 목사는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집안 구석구석 안내해주었다. 심지어 그의 침실까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가 얼마나 우리를 진심으로 영접하고 있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식탁에 앉아 처음 나온 음식 때문이었다. 그것은 민물 붕어를 구운 생선요리였다. 목사님은 그 음식을 보자마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다.
그 전날 SM이라는 대형마트에 들러 몇 가지 물건을 사게 되었는데, 목사님은 생선코너를 지나시다가 “이거 구워 먹으면 참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일전에 과테말라에 갔을 때, 후안의 농장에서 아침마다 붕어를 잡아 구워먹곤 했었던 기억이 나셨던 것이다. 그러나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요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입맛만 다시고 나왔는데, 이튿날 저녁 밥상에 그 요리가 턱하고 나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목사님은 그 참붕어요리를 맛있게 잡수시며 계속해서 “나는 이래서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어!”라고 말씀하셨다.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는 종의 마음을 아시고 바로 준비해주신 것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목사님은 계속해서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셨다. 목사님이 너무도 기뻐하시니 아더 목사는 덩달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매일 이 요리를 대접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에서 잘 대접해주었더니 그는 그 이상으로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었다. 정말 하나님의 말씀은 만고의 진리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가 그 말씀을 믿고 실천할 때 하나님은 반드시 약속대로 역사해주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