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쑤나미(tsunami)가 몰려오다
인구 700만의 대도시 뚝쑬라(Tuxtla)가 심상치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벌써 조짐이 달랐던 것이다. 짐을 찾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데 공항 보안구역임에도 벌써 이현숙 선교사의 모습이 보인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가니 주정부 및 시청의 고위관리들이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해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 보안구역을 통과하니 수많은 인파가 공항 입국장에 몰려나와 악기를 연주하며 국기를 흔들어대는 등 그야말로 환영인파의 물결이었다.
집회를 배설한 호수에(Josue) 목사의 사회로 주정부 및 시청 고위관리들의 인사말이 오가고 선물 증정, 목사님의 답사로 간단한 공항행사가 이루어졌다. 또한 공항을 떠나며 차에 오르는 중에 방송기자들이 몰려와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시작부터 열띤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뚝쑬라 시장이 우리가 체류하는 동안 호텔 숙박비를 모두 제공해주겠다는 것이다. 꼬수멜에서는 시장출마자가 제공해주더니 가는 곳마다 시장들이 우리를 돕는다. 이 역시 우리 성도들이 기도해준 결과라 믿는다.
교통이 일찍 끊어지는 관계로 집회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꼬수멜(Cozumel)의 경험도 있고 하여 현장 점검을 위해 미리 집회 준비현장을 찾아 준비상황을 체크하였다. 라구나(Laguna)와 엑토르(Hector)는 이제 완전히 집회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 알 정도가 된 것이다.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이미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점검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기고는 바로 다시 집회장으로 향했다. 5시가 넘자 이미 집회장인 투우장은 인산인해로 몰려든 인파로 입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투우장 밖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것이 미처 입장하지 못한 성도들을 위해 집회 중계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이번 집회를 계획하고 호수에 목사를 연결해준 메리다의 모세(Mose) 목사, 그리고 깜뻬체(Campeche)의 용사들, 세사르(Cesar) 목사 부부, 마르코(Marco) 집사, 비쟈에르모싸(Villaermosa)의 젊은 목사 마리오(Mario)도 보였다.
집회 준비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축구경기가 있을 때나 보았던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형 국기를 오므렸다 폈다 하며 투우경기장을 반 바퀴씩 도는 모습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였다.
특히 목사님이 집회장에 입장할 때 안내위원들은 단상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목사님을 환영하였고, 그와 동시에 주악이 울려 퍼지며 대형 국기가 양쪽에서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호수에 목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광고 전문가가 연출한 작품이란다. 거기에 더하여 호수에 목사는 목사님이 등단하자 단상 뒤편부터 시작하여 파도타기를 연출하였다. 이 또한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호수에 목사는 이 장면을 성령의 쑤나미(tsunami)로 표현하였는데 그 말처럼 정말 성령의 대폭풍이 밀려들지는 아마 그도 짐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런 열광적인 분위기에 목사님도 매우 고무된 모습이셨다.
다함께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찬양하였다. 하늘의 영광이 땅에 충만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급하고 강한 바람처럼 성령의 강력한 임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광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고, 쑤나미 같은 대형 해일이 덮치는 느낌이었다. 사방팔방에서, 처처에서 귀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요동했고 안내위원들은 그들을 쉴 새 없이 단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목사님은 호수에 목사, 세사르 목사, 마르코, 엑토르에게도 귀신을 쫓으라고 명령하셨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상으로 뛰어올라와 소리를 지르며 요동하는 더러운 귀신들을 예수 이름으로 함께 진멸하였다. 단상 위는 전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장면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으리라. 초대교회 성령의 역사, 바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그 동일한 역사가 나타나고 있는 현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목사님은 한차례 광풍이 지나간 후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들, 목발을 짚고 서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명령하셨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한 젊은이가 목발을 들고 걸어 올라오는 것이었다. 집회장은 환호의 도가니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한 귀신이 떠나간 한 성도가 방언통역이 터지며 ‘하나님이 이 자리에 함께 계신다’고 외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곧이어 무리 속에서 휠체어가 번쩍번쩍 들려지는 장면,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사람, 그리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자신이 타던 휠체어에 목사님을 태우고 행진하는 장면, 정말 이런 극적인 연출은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하나님께서 아예 작정을 하시고 이 도시를 뒤엎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성령의 광풍이 휘몰아쳤는지 집회 첫째 날에는 목사님께서 차분히 설교하실 틈도 가질 수 없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천국잔치가 진행된 것이었다.
첫날 집회를 마치고 집회장을 나서던 목사님은 차 앞에 기다리고 있는 로헬(Roger)의 가족을 만났다. 그는 프로골퍼인데 그날 아침 골프장에서 목사님과 라운딩하며 코치도 해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그의 5살짜리 아들이 다운증후군으로 온 가족의 근심이 되고 있었다. 그는 오전 라운딩을 끝내며 목사님께 자기 집으로 가서 아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집회장에 데리고 올 것을 권유하셨다. 로헬은 이에 실망하지 않고 저녁에 집회장으로 아들을 데리고 나왔고, 지혜를 발휘하여 목사님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님은 그를 보자 매우 반가워하시며 함께 차에 태워 숙소로 데려갔다. 그리고 방에서 그의 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목사님은 로헬에게 주의 종을 기쁘게 한 보상이라며 실망치 말고 더욱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라고 권면해주셨다. 사실 로헬은 그동안 교회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는 교회에 열심히 나오며 신앙생활을 잘 하겠다고 목사님과 약속했다.
호수에 목사는 뚝쑬라 지역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목회자였다.
본 교회와 지교회를 합쳐 약 8천여 명의 성도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큰 목회를 하고 있는 종들을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호수에 목사는 목사님과 식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약 2시간 거리에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이라는 인디언 마을이 있습니다. 저는 목사님을 모시고 그곳에 가서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어, 스페인어, 인디언 부족어, 이런 복잡한 통역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목사님만 좋다고 하시면 하고 싶습니다.”
이에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이봐, 호수에 목사. 난 벌써 여러 차례에 걸쳐 3자 통역을 통해 인도, 아프리카에서 복음을 증거해왔네. 이번에는 두 도시 집회가 연달아 있으니 다음 집회 때 계획해보게.”
그러자 호수에 목사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어디 복음을 증거할 일이 있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영혼구원에 미쳐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도 많은 영혼을 맡기신다. 호수에 목사도 바로 그런 종이었다.
목사님이 이현숙 선교사를 높이 사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여종도 새로운 도시나 국가에 복음의 문이 열리면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흥분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의 공통적인 모양이다.
뚝쑬라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월식(月蝕)을 목격했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우주쇼인데 실제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마도 뚝쑬라에 있을 성령의 쑤나미를 예고한 듯하다. 이래저래 인구 700만의 대도시 뚝쑬라는 하나님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