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고 들어오세요
목욕탕 탈의실 앞이 시끄럽다. 한 아이 때문이다. 다섯 살 정도 보이는 사내아이가 아빠와 씨름을 하고 있다.
“싫어. 절대로 옷 안 벗을 거야.”
“목욕탕은 다 벗고 들어가는 거야. 봐! 다들 벗었잖아. 그래야 씻지.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 우리 아들, 착하지. 아빠가 목욕하고 맛있는 거 사줄게. 피자 먹을까, 치킨 먹을까?”
“싫어, 싫어. 그래도 안 벗을 거야.”
“그럼 어떻게 씻어?
옷이 젖어서 집에는 어떻게 갈 거야? 그럼 그냥 집에 갈까? 내일 유치원에서 신체검사 한다는데 몸에서 때 나오고 냄새나도 괜찮아?”
그 말에 아이는 옷만 붙잡고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이 때다 싶은 아빠가 아이 겉옷을 벗겼다. 못 이기는 척 아이가 겉옷을 벗었다. 속옷을 벗기려는데 아이가 얼른 뒷걸음질을 한다.
“팬티는 안 벗을래.”
아빠는 진이 빠져 웃어버린다. 그 때다.
“진호야! 너도 목욕하러 왔니?”
유치원 친구다. 그 친구도 아빠랑 목욕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오자마자 혼자서 옷을 척척 벗는다. 그것을 바라보던 아빠가 조그맣게 아이에게 말한다.
“저것 봐, 네 친구도 옷을 벗잖아. 너도 벗을 거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가 옷을 벗기며 ‘휴’ 한다. 옷을 다 벗은 친구가 다가와 얼른 들어가자며 아이를 끌고 간다.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 손을 잡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 물장난을 치고 논다. 한참을 친구와 탕 속에서 놀다 나온 아이의 등을 밀어주면서 아빠가 말한다.
“목욕탕에 오면 옷은 벗는 거야? 이제 다시는 떼쓰면 안 돼?”
“응, 이제 안 그럴게요. 근데 목욕하고 나면 피자 사줄 거지?”
“그럼, 사주지. 짜식~”
아이는 신이 나서 친구에게로 달려간다.
“진호야, 목욕하고 우리 아빠가 피자 사준대. 너도 같이 가자.”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아빠는 아내가 챙겨준 새 속옷을 아이에게 입혔다.
“엄마가 새 속옷을 싸줬어. 이것 입자.”
아이는 좋아라 하고 옷을 입었다.
“아빠, 피자 먹으러 가자.”
“그래, 아빠도 옷을 입어야지.”
아이는 벌써 신발장에 서서 아빠를 부른다.
“아빠, 빨리 나와.”
예수 안에 들어오면서 세상에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다 입고 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벗어야 한다. 벗어던져야 한다. 주님 앞에 부끄러울 것이 무엇인가. 내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와야 한다. 죄와 허물을 벗어버려야 하고, 내가 입고 있었던 알량한 지식과 자존심도 벗어버리고, 세상의 짐도 벗어버리고 주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옷을 벗어야 때를 벗겨낼 수 있으니까.
하나님은 모세가 입은 세상의 옷을 벗기시기 원하셨다. 그래서 모세를 40년 동안 광야에 두셨다.
그리고 그의 옷이 헤어져 알몸이 되자 그를 만나심으로 때를 벗기셨고, 그 후에 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셨다. 하나님은 바울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셨다. 바울이 입은 지식의 옷을 벗기기로 작정하시고, 그의 눈을 멀게 하셨다. 바울은 이로 인하여 자신이 지금까지 자랑하던 옷이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사나운 옷인가를 알게 되어 스스로 그 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알몸으로 주님 앞에 섰다. 그러자 주님이 그의 과거의 때를 다 씻기시고 다시 새 옷, 주님의 능력의 옷을 입히사 더욱 빛나게 하셨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주님 안으로 들어왔으나 과거의 옷을 벗지 못했다. 주님은 몇 번이나 그에게 옷 벗기를 권유했으나 그는 끝까지 그 옷을 벗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때를 벗지 못하고 냄새나는 인간으로 버림을 받았다. 마태복음 19장에 나오는 부자 청년 역시 옷을 벗지 못했다. 그는 돈이란 옷을 벗지 못해 결국 주님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래서 주님이 한탄하셨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그러나 과감히 벗어던지면 때를 벗고 거듭나면 주님이 새 옷을 입히신다.
어느 부모가 목욕 후에 더러워진 옷을 도로 입히겠는가. 주님이 우리에게 옷을 벗어라 하심은 우리를 알몸으로 창피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옷을 벗기고 보혈로 씻기신 후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주려고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옷을 벗고 주님 안으로 들어오라. 그 분이 맛나고 멋지고 행복한 삶의 옷을 입히시리라.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의 악을 사하셨나이다”(시 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