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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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순간 길이 보이지 않는다

386호 · 2007-07-18

캄보디아 항공사고의 여파가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항공에도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우리는 6시간이면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비시켁(Bishkek)을 무려 12시간을 넘게 가야 했다. 키르기스스탄 항공의 이륙허가가 나오지 않는 관계로 결국 카자흐스탄의 에어 아스타나 항공을 이용하여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를 경유해야 했는데, 알마아타 공항의 환승 대기룸은 마치 창고와도 같았다.

불도 없이 어두컴컴한 대기실에서 4시간을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좌석도 정해지지 않은 소형 비행기로 비시켁에 도착하였다. 그나마 비시켁 마나스 공항에서 나빈 선교사와 사모, 그리고 울란을 비롯한 비시켁 예수중심교회 성도들의 얼굴을 보니 고향집에 온 느낌이다.

이튿날 아침, 쿠진 목사와 민정비서관 마리아가 숙소로 목사님을 찾아왔다. 정부 고위층 인사가 목사님을 뵙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시켁은 참 이상한 곳이다. 2002년부터 네 번째 방문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만나게 된다.

중앙아시아의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키르기스스탄은 회교 국가이다. 그러다보니 늘 집회장소 허가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2002년 첫 집회 때에는 목사님이 KGB에 끌려들어가는 수모까지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단 한 번도 손해 보게 하지 않으셨다. 첫 집회에는 러시아계 목사인 쿠진 목사를 준비하셔서 집회 장소 문제를 해결해주셨고, 그 후로도 정재계의 유력인물들을 붙여주셔서 3차 집회에는 비시켁 역사상 가장 큰 집회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이민 가있는 텔레콤 회장 자미르, 대통령 사정 비서관 마리아 등, 하나님은 때맞춰 곳곳에 사람을 예비해주셨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러 가는 도시마다 사람이 예비 되었던 것처럼, 지금도 하나님은 동일하게 하늘나라의 확장을 위해 복음을 들고 나가는 믿음의 발걸음 앞에 발판을 놓아주신다.

이번에는 3차 집회의 여세를 몰아 야외 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간 나빈 선교사에게 여전히 집회장소 허가여부가 마지막까지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종교청 고위관리가 교회로 찾아와 집회장소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해서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그래서 광고도 하고 집회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집회시작이 임박한 시점에 와서 다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청에서 허가를 못해주겠다는 것이다.

다급하게 그 종교청 관리를 찾았지만 그는 잠적하고 연락이 두절상태였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에서 목사님은 비시켁에 도착하셨고, 나빈 선교사로선 입이 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의뢰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한분, 기도밖에 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바로 이런 시점에 정부 고위층 인사가 목사님 뵙기를 요청한 것이다. 사실 쿠진 목사나 나빈 선교사나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대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이를 위해 기도해왔다고 한다. 이날의 만남은 그 기도의 결실이기도 하였다.

오후에는 프레스 센터(Aki Press)에서 신문 방송 합동 기자회견이 계획되어 있었다.

바로 전날, 종교청 고위관리가 기자회견을 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이초석 목사가 온다고 하는데 왜 오는 것’인지 물었다고 한다. 마침 그 자리에 울란이 가 있었는데, 그 관리는 즉답을 피하고 울란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울란은 답변에 나서 ‘내일 이초석 목사님의 기자회견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자세히 물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회견장에는 미리부터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방송카메라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목사님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오로지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러 왔다’고 강조하셨다.

‘회교나 여타 종교를 논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를 증거하러 왔다’는 목사님의 확신에 찬 답변,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발전을 위한 조언들이 이어지자 그들의 회의에 찼던 표정들이 한층 누그러지는 모습이었다. 정정(政情)이 불안정하다보니 그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에 대해 소요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엄격한 통제를 원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들의 관심은 기독교나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집회의 성격이었다.

일을 행하는 여호와, 그것을 지어 성취하는 여호와(렘33:2)

저녁에는 비시켁 예수중심교회를 방문하였다. 출발에 앞서 밖에 나와 보니 태풍이 왔는지 바람이 극심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나무들이 곧 꺾어질듯 고통스럽게 버티고 있었고 휘몰아치는 바람에 모래먼지가 날리고 깃대에 걸린 만국기들은 버티다 못해 찢겨나가고 있었다.

목사님은 몰아치는 태풍을 보시며 금요철야를 앞둔 한국의 성도들에게 전화하여 합심기도를 요청하셨다.

비시켁 예수중심교회는 3차 집회 이후 비약적 부흥을 이루고 있었다. 기독교 인구가 0.2%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지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의 열정은 매우 뜨거웠다. 예루살렘의 색깔 그대로 그들은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기도하며 전도하는 교회다. 벌써 성도들의 표정만 보아도, 목사님을 대하는 자세만 보아도 교회의 영적 상태는 곧 드러난다.

비시켁 예수중심교회 성도들은 정말 뜨거웠다. 목사님을 보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들 같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3개 교회를 세웠다가 추방당하고 카자흐스탄에서도 떠나온 후, 키르기스스탄에 들어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이처럼 부흥과 성장을 하고 있는 나빈 선교사와 비시켁 예수중심교회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고 그 성도들이 그렇게 값져 보일 수가 없었다.

예배를 마치고 밖을 나와 보니 태풍이 거짓말처럼 멈춰있었고 해가 지는 서녘하늘에는 구름사이로 석양이 아름답게 비치고 있었다. 목사님은 우리 성도들이 합심으로 기도한 결과라며 크게 기뻐하셨다.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성도들을 위해 일일이 기도해주신 목사님은 그르겔디라는 경찰 고위간부의 집으로 저녁만찬에 초대를 받아 우리 일행과 함께 그의 저택을 방문하였다. 그는 오전에 정부 고위층 인사를 만나러 갈 때 숙소까지 관용차를 가지고 찾아왔던 인물이다. 저녁만찬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매우 화기애애한 가운데 성령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관련기사 4면)

집회가 시작되는 7월 14일 아침, 정부 고위층 인사가 해결해준다던 집회장소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KGB에서 집회를 불허한다며 집회 준비팀의 집회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집회를 두고 키르기스스탄 정부 내에 권력투쟁이 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빈 선교사는 집회가 무산될까 노심초사하며 백방으로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순간 나빈 선교사의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정말 열심히 기도로 준비해왔고, 목사님까지 모셔온 마당에 집회 당일 집회를 못한다고 하니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지막에 역사하시는 분, 몇몇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도움으로 집회장소를 스타디움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장소변경 광고를 할 시간이 없었다. 오직 방법은 차량을 동원하여 집회장을 찾을 성도들을 스타디움으로 이동시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목사님은 나빈 선교사와 함께 직접 스타디움을 찾아 단 설치 등 집회준비사항을 점검하시고 차량으로 이동거리를 직접 재시며 철저한 준비를 지시하셨다. 나빈 선교사는 마이크로버스 20대를 급히 수배하였다. 새집회장소인 스타디움까지 약 1.6km, 20대의 마이크로버스가 쉴 새 없이 셔틀버스역할을 해야 했다. 어떻게든 집회를 성사시키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쓰는 나빈 선교사의 모습을 보고 목사님도 적이 흐뭇한 듯, “네 믿음이야. 한 번 해봐.”하시며 독려하셨다.

하나님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믿음에 표적으로 응답해주셨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에 구름이 몰려들더니 태양을 가려주신 것이다. 9시나 되어야 해가 지는 지라 집회시간 내내 태양이 작열한다면 그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20대의 마이크로버스로 성도들이 속속 스타디움을 채우고 성도들의 찬양소리가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비록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 설치와 앰프 및 스피커 설치를 집회 시간 전에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시켁 4차 집회의 첫날은 구름기둥으로 인도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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