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도 아니 달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돛대에 계수나무 한 나무 아기 진달래,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아기도 잘도 잔다 서쪽 나라로.”
종이배를 하나 만들어 냇가에 띠우고는 아내는 계속 노래를 흥얼거린다. 모처럼 시내를 벗어나 냇가를 찾은 것이 마냥 좋은 모양이다.
“저렇게 좋을까? 하긴 매일 새벽에 출근하고 한밤중이 돼서야 집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이처럼 좋아라 하는 아내를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 했다. 물끄러미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내가 부른다.
“여보, 이리 와 봐요. 이것 좀 보세요.”
아내는 계속 냇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뭘 보라는 거야?”
“저 종이배를 봐요. 참으로 평안해보이지 않아요? 그냥 흐르는 물에 자신을 맡기고 아무 걱정도 없이 유유자적하는 것이 정말 평화로워 보여요. 늘 뭔가에 쫓기고, 늘 머릿속으로 계산해야 하고, 늘 경쟁해야 하는 우리와는 너무 달라 보여요. 그렇지 않아요?”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물 따라 가고 있는 종이배가 정말 평안해보였다.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는 듯 했다. 아내는 또 흥얼거린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아내의 노래에 새삼 깨달아 지는 것이 있었다.
“여보, 왜 저 종이배가 평안한지 알아?”
“왜요?”
“돛대도 없고, 삿대도 없기 때문이야. 자기 의지가 없기 때문이지. 물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겼기 때문에 평안한 거야. 물의 방향이 자기가 갈 방향이거든. 그러니 무슨 걱정이 있겠어.”
내 말에 아내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우리도 다 맡기면 평안과 평화를 얻을 수 있겠네요? 우리도 하나님께 다 맡기고 살아요. 우리가 아등바등해서 얻을 게 뭐 있겠어요?”
“맞아,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 힘으로 뭘 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거야. 그걸 알면서도 늘 내 힘으로 해보겠다고 하니 참….”
종이배가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아내와 함께 종이배를 지켜보았다.
어둠이 깔릴 무렵, 아내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걱정스레 말한다.
“근데 여보, 곧 이사해야 할 거 같아요. 주인집에서 집을 비어달라고 하네요. 어디로 가죠? 전세금도 그리 넉넉지 않은데….”
아내의 말에 나는 노래를 불렀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그러자 아내가 막 웃어대며 말한다.
“아이고, 내가 잠시 잊었네요. 우리 다 하나님께 맡겨요. 우리가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내와 나는 함께 노래를 불러댔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하나님은 방주를 어떻게 만들라고 다 지시하셨다. 잣나무로 만들고 그 안에 칸을 만들어서 막고 역청으로 그 안팎을 칠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규모에 대해서도, 구조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이 말씀하시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돛대나 키다. 하나님은 방향이나 속도를 가늠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시지 않았다. 깜빡하신 것일까? 하나님이 그러실 리 없다. 이는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하실 것이기에 그리 하셨던 것이다.
노아가 만든 방주, 노아가 탄 배는 돛대도 없고 삿대도 없는 배였다. 이는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가야할 것을 의미한다. 노아는 키를 조절할 필요도 없고, 돛대를 세워 속력을 낼 필요도 없이 위로 뚫린 창을 통해 하나님만을 바라보면 되었다. 그래서 노아는 평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한다. 내 힘으로, 내 지식으로, 내 능력으로, 내 경험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키를 잡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고, 돛대를 올려 속력을 내보려고 한다. 그것이 열심히 사는 것인 줄 알고….
그러나 돌아보니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내 배, 즉 내 인생이 흠집투성이고 여기저기서 물이 샐 뿐이다. 이러다 파손되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닐진대, 내 인생을 주관하시는 분이 있을진대 그 분께 맡기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그 분이 뜻하는 대로, 그 분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 더욱이 그 분은 모든 일을 가장 좋게 하시고 선을 이루시는 분이시며, 사랑의 본체 되시니 마땅히 가장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으실까.
우리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자. 그냥 놀고먹으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문제를, 모든 염려를, 우리 장래를 주님께 맡기고 오늘을 열심히 살자는 것이다. 그 분이 가장 좋은 것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가장 실한 것으로 우리에게 안겨주시고, 인도해주시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1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