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아, 안녕~!
멕시코 사람들, 특히 멕시코 남자들에게 수염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남자로서 가장(家長)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멕시코에 가보면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많다. 그런데 수염이란 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텁수룩하여 지저분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한 TV 방송사에서 수염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사람의 코에서 나오는 콧김으로 인해 수염은 보통 습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수염 속에는 세균들이 많이 번식한다. 이 방송에서는 이를 현미경으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멕시코 남자들 좀 긴장해야할 것 같다. 수염을 제거하는데 명수인 사람이 나타나 멕시코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염을 깎게 만들더니, 이번에 깜뻬체(Campeche)에서 그 사람에게 영주권까지 주었다는 소식이다.
멕시코 전역을 마음대로 다니며 일하라고 허락까지 해준 마당이니 수염제거열풍은 계속될 것 같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니라 한국에서 온 빠스톨 리(이초석 목사)이다.
목사님은 가시는 곳마다 목사님께 은혜를 받고 목사님의 가르침을 배우려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그가 수염을 기르고 있으면 그 수염을 깎도록 종용해오셨다.
그러면 그 다음날 어김없이 수염을 깨끗이 밀고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수염을 깎고 나타나는 사람마다 이전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청결해보였다. 목사님의 지적이 옳았던 셈이다.
남미집회에 늘 수행하는 엑토르도 처음에는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있었다. 그가 목사님을 통해 큰 은혜를 받고 난 후 목사님은 그에게 수염을 왜 기르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남편의 권위를 표시하는 뜻이 있다고 하며 수염을 아주 소중한 듯 쓰다듬는 것이었다. 수염을 기른 그의 모습은 아주 권위적이고 딱딱해 보였다. 목사님은 그에게 수염을 깨끗이 밀고 나면 네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그는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여 수염을 깨끗이 밀고 나타났다.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마음씨 좋은 이웃아저씨 같고 무엇보다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목사님이 잘했다고 칭찬하시자 그는 자기 아내가 키스를 해보더니 다른 남자랑 키스하는 것 같다고 놀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수염을 깎인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이번 깜뻬체 집회에서는 무려 한꺼번에 네 사람이 수염을 깎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깜뻬체 집회를 배설한 세사르 목사의 아버지 떼오도르 목사, 사울 목사, 티후아나(Tijuana)에서 온 다니엘 목사, 그리고 우리 차를 운전해준 사업가 마르코, 이렇게 모두 네 사람이 첫날 집회를 마치고 저녁식사에 동참했다가 목사님의 수염제거명령을 받았다.
“늙기도 서러운데 왜 수염을 길러 더 늙어 보이게 합니까? 수염을 밀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염색까지 하세요.
그리고 옷도 나처럼 밝은 옷으로 입고 ‘나이야, 가라!’ 하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아들 목사보다 더 큰일도 할 수 있습니다.” 떼오도르 목사에게 하신 말씀이다.
“수염 다듬는데 시간을 뺏기지 말고 깨끗이 밀어보시오. 그러면 아주 예수님처럼 덕이 있어 보여 많은 성도들이 따를 거요.” 사울 목사에게 한 말씀.
“머리도 스포츠로 깎은 데다 수염까지 있으니 영락없는 마피아 같구먼. 이제 머리도 자연스럽게 기르고 수염도 깎으면 멋진 CEO로 승승장구할 거요.” 사업가 마르코에게 한 말씀.
목사님은 망설이는 그들에게 마지막 일침을 놓으셨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위대한 사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위대한 결단이 위대한 사람을 만드는 겁니다.
오늘 결단하고 한번 생각을 바꿔보세요.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집니다.”
대세가 이렇게 흘러가니 다니엘 목사는 알아서 먼저 깎겠다고 나섰다. 그는 목사님을 티후아나로 모시고 싶어 안달이 난 참이라 목사님의 명령에 무조건 순종하겠다는 자세였다.
우리는 식사 후 그 네 목사들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수염과 작별하는 기념으로 남길 심산이었다.
이튿날 아침 세미나 장에 나타난 네 목사는 하나같이 깨끗하게 수염을 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목사님은 세미나 시간에 그들을 일일이 단으로 불러올려 그들이 내린 위대한 결단을 칭찬하셨다.
고착된 틀을 깨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이처럼 환경이 달라지고 자신의 삶도 달라진다. 그들의 기분 좋은 순종이 얼마나 그날 하루를 즐겁게 해주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다 정말 멕시코 남자들 모두 수염을 깎이는 것은 아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