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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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목차 › 잠언 에세이

자승자박(自繩自縛)

380호 · 2007-06-07

아들아,

오래 전의 이야기인데 들려줄까. 어떤 사람이 아비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었지. 그런데 그 때 아비가 좀 성급하게 “그러겠노라. 도와주겠노라.” 했단다. 그 사람이 돌아가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게 아닌 거야.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 그래서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아까는 내가 너무 조급했었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 그랬더니 그가 단걸음에 나를 찾아와서 내미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 줄 아니? 녹음기였단다. 그는 자기 안주머니에 소형녹음기를 넣어두고 작동시켜 두었던 거야. 당연히 ‘그러겠노라’는 내 말이 녹음되어 있을 수밖에. “아차!” 싶더구나.

아비는 다른 방도 없이 그 사람에게 약속한 것을 해줘야 했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말이다. 내 말에 내가 걸려든 게지. 이를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한단다. 그때 일로 아비는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지. 잠언에도 이 자승자박에 대해 말씀하고 있다.

“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으니라.”

아들아,

사람은 매사 신중해야 한단다. 언행심사에 신중해야 올무에 걸리지 않는 거야. 나는 자승자박을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거망동한 결과요, 내가 실수한 대가이니까. 자기가 꼰 새끼줄에 자기가 묶였다고 생각해봐라. 그 얼마나 한심한 꼴이겠니. 남이 파놓은 함정에 걸리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 말이다.

그러니 모든 일에 심사숙고하고, 조급하지 말아야 한단다.

또한 네 생각이 너를 묶을 수도 있지. 다시 말해서 ‘나는 안 돼.’, ‘나는 못해.’ 이렇게 생각하면 네 생각이 네 육체를 묶어서 정말 안 되고, 정말 못하게 만드는 거야. 너 스스로를 묶어버리는 것이지. 누에가 자기 입에서 빼낸 실로 스스로 묶이는 것을 아니? 네가 하는 말이 이와 같단다.

그러니 어떤 생각과 말을 해야 하겠는가 깊이 생각해 봐라. 가나안을 정탐하러 갔던 10명은 스스로를 메뚜기라고 생각했다. 자승자박한 꼴이 된 거야. 가나안은 하나님이 택한 백성들이 들어가는 곳이지 메뚜기가 들어가는 곳이 아니거든. 메뚜기야 광야가 제 격이지. 그래서 가나안은 우리의 밥이라고 한 갈렙과 여호수아만 들어간 거란다.

아비는 네가 빈 수레처럼 요란하고 시끄럽고 촐싹대는 자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속이 꽉 찬 자가 되었으면 한다. 매사 조급하지 않고 신중한 자 말이다. 깊은 바다가 작은 파도에 출렁이지 않듯이 깊고 묵직한 자가 되면 좋겠다. 네 안은 하나님이 주신 지식과 지혜로 충만하고, 네 행동은 하나님을 닮은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며, 내 생각은 하나님의 자녀 닮게 범세계적, 범우주적인 것이었으면 한다.

또한 네 말은 하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긍정적인 것, 미래지향적 것이었으면 한다. 아비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 넌 능히 할 수 있단다. 너는 아비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먼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자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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