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말, 살리는 말
어느 장로와 차를 동승하여 가고 있는데, 그 장로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런데 그 장로 전화 받는 투가 가관이다. “알았어, 끊어, 들어가.” 이것이 대화의 전부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내가 무색하여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구랑 전화한 거요?” “집사람입니다.” 나는 기가 막혔다. 무슨 원수지간의 전화도 아니고 아내의 전화를 그런 식으로 받는 그의 처사를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호되게 야단쳤다.
며칠 후, 그 장로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갈을 받고 심방을 갔는데, 그 아내의 하소연이 길다. 내가 이야기를 다 들은 결과 병의 원인은 그간 쌓인 마음의 상처인 듯 했다. 나는 장로에게 말했다. “성경에 미련한 자는 말을 칼로 찌름같이 함부로 한다고 했소. 당신 아내는 지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요.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는 것이므로 약도 없소. 홀아비 되고 싶지 않거든 아내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시오.” 그 장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그 장로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 그런 것은 아니었을 거다. 워낙 성격이 무뚝뚝한 데다 믿노라 했기에 그런 줄 나는 안다. 그러나 당하는 당사자는 많이 아팠을 거다.
그 후에 그 장로 가족과 저녁을 같이 했다. 그들 부부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어찌나 금슬이 좋던지. 저녁을 먹고 내가 노래를 청하자 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라는 가사의 노래를 손을 꼭 붙들고 불러댔다. 얼마나 보기에 아름다운지. 나는 이럴 때 보람을 느껴 그간의 피곤이 사라진다.
편한 사이일수록 말을 잘 하자. 살리고 죽이는 힘이 말에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