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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호 목차 › 선교기행

저는 목사님의 형제요 아들입니다

330호 · 2006-06-21

하나님은 참으로 오묘막측하신 분이다.

이스라엘에 들어와 하루하루가 지나며 목사님은 아주 곤혹스런 심정이셨다. 복음을 전하러 온 전도자가 설교는 못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앉아만 있으려니 마음이 매우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금요일, 곧 세미나 둘째 날,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서 다수의 러시아계 유태인들이 목사님을 찾아왔다.

원래 이날이 목사님의 설교 순서로 알고 찾아온 것이다. 주최측의 스케줄에 항변할 수 없어 목사님은 점심식사 후 야외 잔디밭으로 그들을 불러놓고 복음을 전하셨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휴식 중이던 영어권, 독일어권 목회자들도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모여들었다. 러시아어, 영어로 통역하며 신나게 설교하시고 더러운 귀신을 예수 이름으로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땅에서 처음 행하시는 표적이었다. 유럽에서 온 목회자들이 매우 놀라는 기색이었다. 모두가 몰려와 안수를 받고자 하였다.

야외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시는 목사님께 달려온 한 여인은 더러운 귀신이 떠난 후,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고 울며 목사님을 부둥켜안았다. 목사님은 그나마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고 기뻐하셨다.

전쟁에 자신 있는 장수는 언제 전투가 있나 몸살 나기 마련이다. 관우, 장비가 전투를 자제시키는 제갈공명에게 싸우게 해달라고 강청하던 장면처럼, 목사님은 한번이라도 더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달라고 하나님께 강청하고 계셨다. ‘이스라엘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하러 온 자들이다. 그럴 수 없다면 어서 이곳을 떠나자’고 말씀하셨다. 결국 갈릴리와 사해 일정이 관광만 계획되어있다는 말을 듣고 그 일정은 취소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세미나 마지막 설교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셨다.

그런데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글쎄, 하나님의 뜻일까? 시몬 나훔 목사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설교의 절정에 달한 목사님께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들은 영상물과 인터넷 등을 통해 목사님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마지막 밤을 몹시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설교에 넋이 나간 듯 몰두하고 있던 차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고 주최측의 무성의에 유감을 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참으로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마지막 세미나를 그렇게 마치고 갈릴리 및 사해 일정을 취소하신 목사님은 주일 아침, 각국의 목회자들과 작별한 뒤, 숙소에서 베들레헴 땅을 바라보며 곤고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 때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러시아계 유태인으로 예루살렘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된 젊은 목사였다. 그의 이름은 오렌(Oren), 카프카스 출신의 러시아 유태인으로 한 때 마약에 빠져 있다가 ‘그렇게 살다가는 간이 터져 피를 토하다 죽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에 정신을 차리고 예수 앞으로 나왔다.

시몬 나훔 목사 교회에 있다가 나와 1년 전 개척했다고 한다. 그는 목회를 시작하며 하나님으로부터 사도로 쓰겠다는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친구로부터 목사님의 라트비아 리가 집회 영상을 본 후 이스라엘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모하고 있었는데, 지난 수요일, 기도 중에 하나님의 큰 종이 이곳에 왔다는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자매가 급히 전화를 걸어 지금 이초석 목사님이 예루살렘에 계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숙소로 달려와 당장 오늘 저녁 자기 교회에서 집회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목사님은 너무나 기뻐하셨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시몬 나훔 목사가 아니라 오렌 목사를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비록 그는 작고 어린 목사였지만 그의 정신과 비전은 남달랐다.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동안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아멘을 외쳐댔고 예배를 마친 후 이스라엘 전통 요리를 대접하며 ‘이제 이스라엘에 제가 있으니 아무 걱정 마시라’는 것이었다. 이튿날 텔아비브 공항까지도 직접 운전하며 배웅해주었고 떠나는 시간까지 목사님을 붙잡고 목사님의 목회경험을 전수받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순수해보였다.

그는 아주 당당히, ‘지난 마지막 밤 세미나가 그렇게 끝나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해 하신 일’이라고 말했다. 그 사건이 있었기에 목사님과 자신이 만날 수 있었지 않느냐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시며, 그게 바로 믿음이라고 격려하셨다.

하나님은 사람이 없어 일을 못하시는 분이 아니다. 돌을 명해서도 복음을 전하실 수 있는 분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받지 못하면 하나님께서는 언제든지 준비된 자에게 촛대를 옮기시고야 만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디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오렌 목사를 준비하고 계실 줄이야. 그는 이스라엘 전역에 지교회를 세우고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을 변화시키겠다는 비전을 목사님께 말씀드리고, 준비가 되는대로 목사님을 다시 초청하여 이스라엘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겠다고 약속했다. 공항에서 그는 목사님을 끌어안으며, “이제 저는 목사님의 형제요,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기 앞에서 그와 기념촬영을 하시는 목사님의 미소를 보며 앞으로 펼쳐질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하나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단지 그분이 인도하는 대로, 명령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삶의 가장 큰 지혜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 홀로 영광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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