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글씨 크기 보통16
328호 목차 › 커버스토리

광고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328호 · 2006-06-07

한 때는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또 한 때는 비잔틴 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동서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에 서서 천년이 넘도록 역사의 중심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터키 이스탄불.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 연안 도시 오데사로 가기 위해 경유한 이 도시에서 우리는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장장 4시간을 공항에 묶여있어야 했다.

공항 대합실에서 창밖으로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는 추락사고의 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사잣밥을 걸머지고 다닌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실감났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찌 순탄하기만 하겠는가마는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나님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오데사 공항은 공산주의 시절의 구태를 전혀 벗지 못하고 있었다. 지리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자 목사님은 혀를 차시며, ‘한 나라의 선진도는 그 나라의 공무원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공무원이 청렴하고 대민서비스자세로 무장되어 있는지, 아니면 관료주의에 젖어 군림하는 자세로 거들먹거리고만 있는지 그 나라 공항 입국절차를 보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이스탄불 공항은 입국서류조차 작성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입국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우크라이나 오데사 공항에서는 소지한 돈까지 지갑을 다 열어 벌려놓고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마치 죄인 심문하듯 다루고 있었다. 우리야 복음을 전하러 들어가는 자들이니 다 참고 있겠지만,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다시 오고 싶겠는가 말이다. 결국 그런 오만하고 게으른 공무원들로 인해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고 국가경제에도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공항과 도로망, 호텔과 식당만 보면 금방 그 나라의 모든 면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방면을 두루 저울질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국가 위정자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깊이 되새겨야할 대목이다. 대한민국이란 상품을 세계에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우리를 영접한 니콜라이 목사는 목사님을 보자마자 당장 내일 니콜라예프로 가시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오데사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니콜라예프에 가셔서 설교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목사님은 누가 와서 집회를 열어달라고 하면 마치 하나님이 부르시는 음성으로 여겨진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말이 그렇지 길을 나서보니 2시간이 아니라 3시간, 그것도 도로상태가 좋지 않아서 도착하고 나니 온몸이 욱신거린다. 그러나 성전에 들어서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일시에 가시는 기분이다. 목사님을 애타게 사모하는 성도들이 목사님을 보자 입을 귀에 걸만큼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2년 전에 만났던 추억이 그들을 그토록 사모하게 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반가운 인사와 함께 ‘목적을 위해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는 자가 성공한다’는 주제로 설교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 때문에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 보리떡을 강청했던 친구처럼, 재판장을 두 손 들게 한 과부처럼, 목적을 위해서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의 축복을 끌어내리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설교 후 니콜라이 목사의 사모가 찾아와 많은 목사님들이 오셔서 설교하시지만 너무 어렵게만 말씀해서 도무지 오리무중인데 오늘 목사님의 설교는 너무 쉽고도 마음 판에 잘 새겨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니콜라예프는 순항하고 있었지만, 오데사는 난항상태였다. 니콜라이 목사의 착오였다. 아무리 이초석 목사님이 능력 있는 종이라 해도 광고하지 않는 바에야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니콜라이 목사로서는 하나님의 큰 종을 모시고만 오면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줄 착각했던 모양이다. 숱한 도시의 집회에서 대성황을 이루는 사건들을 목격한 그는 오데사 정도야 했던 것이다. 장소는 88체육관만한 넓은 장소를 빌려놓았지만, 실상 찾아온 성도들은 3, 4백 명에 불과했다.

사람이 많건 적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혼신을 다하시는 목사님이시지만,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는 한국 성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번민의 밤을 지새우셔야 했다. 사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리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환경에 있어도 집회가 난항을 겪게 되면 모든 것이 소용이 없다. 무엇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기분이고 하루가 천년 같은 고통에 싸인다. 그러나 집회만 순항하면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힘이 절로 나고 피곤조차 모른다.

그러니 목사님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니콜라이 목사나 오데사의 에두아르드 목사, 모두 무감각이다. 그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목사님을 니콜라예프로 모시고 가서 자기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시게 할까 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보였다.

목사님은 지친 심신을 이끌고 다시 니콜라예프로 가셔야했다. 몸이 부서져도 하나님의 일을 마다할 수 없고, 한국에서 기대하며 기다리는 성도들에게 보답하는 양으로 다시 3시간을 터덜거리는 차 속에서 시달리며 가셔야했던 것이다. 설교를 마치고 사무실로 한 부부가 들어왔다. 아내 예카테리나가 양수가 부족하여 아이를 순산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 여인의 배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해 주셨다.

저녁에는 니콜라예프의 사업가들 약 30여 명이 목사님께 식사대접을 하고 일일이 기도를 받았다. 그리고 고려인 부호 니콜라이의 저택으로 초대를 받아 하루 밤을 묶게 되었다. 그는 목사님을 아주 극진히 영접하였다.

니콜라이의 집에서 하루를 유하고 우리는 다시 성지 이스라엘로 향했다. 오데사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운전하고 있는 니콜라이 목사에게로 전화가 한 통화 걸려왔다. 어제 밤에 안수를 받았던 예카테리나가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부족하다던 양수뿐만이 아니라 모든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눈물로 기뻐한다는 것이다. 고통과 번민 가운데 일주일을 보낸 목사님께 하나님은 그렇게 위로하고 계셨다. 끝없이 펼쳐진 우크라이나의 푸르른 대평원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며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광대하심과 그 깊으신 사랑에 감사했다.

328호 다른 글

Text 주일설교
지혜의 말씀
귀를 기울이세요
Cartoon
붕우칼럼
선교기행
나눔의 지혜
구원의 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