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인내하는 자가 딴다
우리가 두 번째 집회를 위해 도착한 곳은 멕시코 동북부에 위치한 유카탄(Yucatan) 반도의 주도(州都) 메리다(Merida)라는 도시였다. 메리다는 ‘하얗다’는 뜻이란다. 인구 약 100만의 대도시, 먼 옛날 한인 이주자들(애니깽)이 농장노예로 팔려와 죽도록 고생하며 뿌리를 내린 곳으로 유카탄 주에는 많은 한인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우리를 영접한 호세 목사와 안토니오, 미구엘 목사 등은 아주 시골 사람들처럼 순박해보였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점심식사를 위해 간 식당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이 완전 소태나 다름없이 짜디짠데다 레몬즙까지 뿌려 대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제공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참고 먹어보려 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목사님은 식사 후에 호세 목사를 비롯한 현지 목사들에게 주문한대로 제공해주지 않는 식당에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며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식당을 알아보라고 말씀했다. 식후 우리는 집회가 열릴 메인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리쬐는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호세 목사 표정을 봐도 근심이 어려보이고 과연 이곳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목사님도 ‘이런 집회는 절대 장난이 아니니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바짝 달려들어야 한다’고 모두에게 경계하셨다.
이튿날 오전, 단을 설치하고 있는 현장에 다시 한 번 가보았다. 집회 전문가인 목사님의 말씀에 그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난색을 표하자, 이를 지켜보던 과테말라의 힐 베르또 목사는 그들을 따로 불러 모으더니 ‘저분은 세계적인 부흥사다. 저분의 말을 들어야 이 집회가 성공한다’고 타이른 후, 다같이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역시 경험을 능가할 지식은 없다는 말이 옳다. 그는 중남미 전역을 트레일러 차량으로 돌며 집회를 해오고 있는 부흥사로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님은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집회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하시고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신 후 숙소로 돌아와 기도에 전무하셨다. 전쟁은 하나님께 달린 것, 기도 외에 다른 길이 없지 않은가.
날씨는 좋았으나 바람이 몹시 불어대고 있었다. 해가 지며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메인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야간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회장에 들어섰는데, 운동장 바닥은 약 반 정도 차있었고 스탠드 쪽은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남미에서 가졌던 여느 야외집회 정도 수준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닥 후문 출구와 스탠드 쪽 2층 출구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다. 5시 반쯤 도착하여 7시가 넘어서까지 지켜보는데 약 2시간 넘게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2층 스탠드가 빼곡히 차기 시작했다. 집회가 시작할 즈음에는 운동장 바닥과 2층 스탠드가 단상 후면을 제외하곤 거의 들어차 있었다. 호세 목사가 일을 낸 것이다. 메리다 집회가 중남미 집회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려든 집회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둘째, 셋째 날에는 단상 뒤 스탠드까지 인파가 몰려들었다.
목사님은 통역관 이 선교사의 손을 붙잡고 ‘하나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모인 모든 무리와 함께 찬양하셨다.
이 선교사가 13년 전에 꾸었던 꿈이 가시화 되는 장면이었기에 더욱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리라. 목사님과 손을 잡고 나가는데, 그 앞에 끝없이 펼쳐진 얼음바다가 녹으며 엄청난 무리의 사람들로 바뀌는 꿈을 꾸었다고 했었다. 목사님도 그 계시를 믿으셨기에 지금까지 중남미 선교에 이 선교사와 손을 잡고 온갖 터널을 지나며 달려오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계시를 믿는다면 그 앞에 어떤 장애나 훼방이 가로놓여도 그 계시를 믿고 인내하며 달려가는 것이 믿음 아니겠는가.
집회는 3일 연속 불을 던지는 성령의 역사 그 자체였다. 처처에서 더러운 귀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요동하다 예수 이름 앞에 떠나갔고, 목발, 휠체어를 버리고 걸으며, 귀머거리가 말을 듣고 벙어리가 말을 하며 소경이 눈을 뜨는 초대교회 성령의 역사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목사님은 오직 믿음을 강조하시며 ‘믿는 자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라’고 명령하셨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일어나 걷는 역사가 이어졌다. 특히 ‘사우러 소사’라는 할머니는 자신이 타던 휠체어에 남편을 태우고 목사님과 함께 단상 위를 행진하며 기쁨과 감격을 주체할 줄 몰랐다. ‘그리스도 비베(그리스도는 살아계신다)’라고 고백하는 소사 할머니의 눈에는 감사의 눈물이 이슬처럼 맺히고 있었다. 메리다 집회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첫날 집회를 마치고 우리 모두는 감격에 차 있었다. 거짓말을 못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때, 그 하나님과 손이라도 맞닿을 듯 만나는 체험을 가지게 된 사람의 기쁨은 온 우주를 주어도 바꿀 수 없고 온 세계를 껴안아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다. 호세 목사를 비롯한 현지 목사들도 너무나 보람을 느낀다며 매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집회를 위해 그동안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지 호세 목사는 울먹거리는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며 정말 결과만이 과정을 대변한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멕시코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 영성훈련 때, 이스라엘에서 온 시몬 나훔 목사가 마지막 때 세계를 영적으로 이끌 네 나라에 대해 하나님께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훔 목사는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그리고 멕시코를 거명했고 마지막 한 나라는 아직 확실히 받지 못했다고 했었다. 또한 멕시코 사비나스의 로헬리오 목사는 이초석 목사님이 멕시코에서 군대를 길러 중남미 전역을 복음화 하는 이상을 보았다고 말했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종들을 통해 계시한 꿈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현장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