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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307호 · 2006-01-11

일본의 고전 “竹取物語(타케도리 모노카타리)”라는 책에는 산에 가서 대나무를 채취해서 땔감으로 쓰기도 하고 팔기도 하여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부부가 나온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나무하러 산에 갔는데 어딘가 반짝이는 빛이 있어 가까이 갔더니 대나무 밑동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빛 속에 세치(약 10cm)도 안 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여자아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치도 안 되니 사람 같지도 않은 아이지만 노부부는 희망과 소망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길렀다. 여자아이는 날이 갈수록 키가 급속히 자라고 얼굴도 예뻐지는 것이었다. 이 아이가 자라면서 그 가정이 금은보화가 가득한 축복을 받게 되고 아이는 “家具屋姬”(카구야 히메)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데, 이는 일본의 전설적인 삼미녀의 반열로서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적 존재가 되어있다.

세치도 안 되는 여자아이는 보잘것없는 대나무 밑동(오늘날도 신년 초에 복이 들어오기를 원하여 대나무 밑동을 대문 밖에 장식하고 있다)에서 나온 사람 같지도 않은 존재였지만, 그 아이를 홀대하지 않고 관심과 정성을 다 쏟은 결과, 초라했던 노인부부의 가정이 일약 마을에서도 나라에서도 역사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됨을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작은 것은 무엇이나 다 아름다운 것’이라고까지 미화하고 있는데, 이 사상은 여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의 의식세계에 흐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성공과 행복은 풍악을 울리며 그렇게 요란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위대한 힘을 발휘하므로 작은 것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잡목을 정성들여 분재로 만들면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귀중품이 되는 것이나, 비록 천한직업이라도 대를 이어가며 최선을 다하는 장인정신이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을 불과 몇 십 년 만에 세계 경제 대국으로, 역사의 중심으로 세우게 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악한마귀는 순식간에 천하 영광을 보이며 일확천금사상으로 유혹하겠지만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한 자에게 많은 것으로 맡기시고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하게 하신다고 하셨다.

언젠가 꿈속에 주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바닥을 치면 올라갈 일만 남는다.”

하나님의 작은 일에 충성하기 위해 우리는 바닥을 치는 일을, 낮아지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일을 결코 두려워해서도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작은 일에 충성하기 위해 낮아지고 남이 꺼리는 일이라도 기쁨과 소망으로 최선을 다하면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 올라가는 길, 역사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 일본의 노숙자들을 먹이며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일이기에 그분이 주시는 힘과 그분이 주시는 은혜의 잔을 마시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남들은 내가 하는 일을 보고 어떻게 그 큰일을 다 감당하느냐고 놀라워도 하고 비결을 묻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 솔직히 말하지만 내가 한 거라고는 단지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고 나에게 맡겨진 자리를 떠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난 그저 이 일을 잘 감당케 해달라고 그분께 간절히 기도로 매달린 것밖에 없다. 모두가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이는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할 수 있는 자는 꿈이 있는 자이다. 미래의 비전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는 사람은 결코 눈앞의 작은 일에 충성할 수 없다. 우리가 고난 가운데서도, 핍박과 환난 가운데서도 그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며 이 길을 가는 것은, 우리가 기도한 것을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반드시 응답하여주신다는 믿음과 그에 대한 벅찬 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준비하시고, 우리의 행위대로 보상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철저한 확신과 믿음이 우리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에 비록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지극히 작은 일일지라도 기쁨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천국에서 가장 칭찬 받을 상이요, 우리의 면류관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합당한 지위와 사명을 주셨다. 그 일이 머리가 하는 일이든, 손이 하는 일이든, 발이 하는 일이든 일의 성격은 중요하지 않다. 바로 하나님이 주신 일이라는 사실이 진정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에 가서는 머리든, 손이든, 발이든 한 몸으로 함께 영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믿음이 되어야 하고 우리의 중심에 아로새겨있어야 한다.

2006년에는 더욱 우리 모두 작은 일에 충성하여 큰일은 맡기시는 주님의 축복을 받기를 소망한다.

일본 동경에서 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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