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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처럼 못된다면 차라리 죽음을…

295호 · 2005-10-19

흑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집회를 마치고 우리는 블라디미르와 니콜라이 목사의 안내로 얄타(Yalta)를 방문하였다. 크림반도의 수도 심페로폴에서 남쪽으로 약 75km 떨어진 얄타를 찾아간 이유는 지난 세기, 전 인류를 멍들게 했던 2차 대전의 종전을 위해 세계 3대 강대국의 지도자(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 수상, 소련의 스탈린 서기장)가 모여 회담을 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얄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말이 실감될 정도였다. 가면 갈수록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탄성으로 이끌었다. 왼쪽으로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 깎아지른 산들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흑해의 수평선이 우리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산세가 얼마나 험한지 산 정상에 형성된 암반층은 도저히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요새화 되어있었다.

800여 년 전 아르메니아 기독교도들이 혹심한 핍박을 피해 산 정상의 암반층으로 숨어들어 이슬로 목을 축이며 연명했다는 블라디미르 목사의 설명에 우리는 숙연한 마음으로 산을 올려다보았다. 가히 외부의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견딜 수 있는 천연의 요새(要塞)였다.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엄청난 관광자원들을 잘 개발만 한다면 막대한 관광수익을 창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왕들의 휴양지로도 사용되었다는 얄타회담장소는 역사의 단편만 남아있을 뿐 제대로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얄타 시내로 진입하기 전,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숲길을 지나 좀 넓어진 공터에 이르자 많이 보던 차 한 대가 서있었다. 체어맨 리무진의 주인공 니콜라예프의 니콜라이 목사였다. 지난 2003년 한국에 다녀갔다가 이초석 목사님께 완전히 매료된 그는 목사님을 그대로 닮겠다며 기도하던 중, 목사님이 갖고 있는 차와 동일한 차를 갖고 싶다고 기도했단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의 친구가 체어맨 리무진을 끌고 찾아와 쓰라고 주더라는 것이다. 기도의 위력을 체험한 그는 거의 반 미친 사람처럼 목사님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예프 집회에 목사님을 초청하였을 때, 식사 중 목사님이 실파를 잘 드시는 것을 보고는 그것도 배우겠다며 실파를 한 움큼 입에 집어넣었다가 너무 매워 얼굴이 홍당무가 되기도 했었다. 정말 어린아이 같은 종이다.

그런데 오늘 예고도 없이 전혀 엉뚱한 장소에 나타난 그를 보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슬라바 목사를 통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목사님께 식사 한 끼를 대접하겠다고 차로 5시간 동안 무려 1,000km를 달려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낭만적인 레스토랑에 올라가 아름드리나무들과 기암괴석들로 가득 차있는 수려한 산세를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다.

니콜라이 목사는 몹시 감동된 모습이었다. 목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벌써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참으로 놀라운 말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번에 영성세미나를 다녀가며 너무나 큰 도전을 받고는 새로운 기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나님, 제가 저 이초석 목사님처럼 되지 못한다면, 목사님 같은 능력과 영광을 나타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저에게 죽음을 주세요!”

목사님은 이 이야기를 듣자 혀를 차며 ‘많은 제자들을 키워봤지만 이런 기도는 처음 들어본다’며 그 자세와 각오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니콜라이 목사는 단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기도 한번 받기 위해 5시간을 차로 달려왔다. 그는 우리 식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돌아가야 한다며 식당을 나섰다. 그의 깜짝 등장은 우리를 참으로 신선한 믿음의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어린아이 같은 단순한 믿음과 열정, 바로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고 열렬히 찾고 계시는 믿음이 아닐까.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와 우리의 믿음에 대해, 우리의 삶에 대해 깊이 묵상케 한 사건이었다. 과연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얼마나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하나님께 다가가고 있는가? 팔을 펼쳐 손을 저으면 물결이 닿을 듯, 손을 뻗으면 바로 하나님의 옷자락이 만져질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해가 저물어 검붉은 노을로 물들어가는 흑해의 파도와 어두워져가는 수평선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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