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호 목차 › CORNER STONE
소를 키워라
252호 · 2004-12-24
조선 중기의 학자로 이름이 높았던 남명(南溟) 조식이란 분이 있다. 이분의 제자 중 명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선조 때에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정탁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처음 벼슬길에 나갈 때 스승이었던 남명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자네에게 소 한 마리를 줄 테니 평생 끌고 다니게.” 남명 선생이 준 소는 살아있는 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의 소였다. 곧 매사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라는 뜻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정탁은 출세한 후에 스승이 준 소 한 마리를 평생 간직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다. 그러나 너무 빨리 달리다보니 못 보고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새해에는 우리도 소 한 마리를 키워야겠다. 여유를 가지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게 된다. 자동차에도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자. 질주가 능사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