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되어
나는 아버지께 사과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과 대신 손바닥 위에 사과 씨 하나를 주셨습니다
나는 아버지 뜻을 알지 못했지만
그 씨를 양지바른 곳에 심고
매일 물을 주며 싹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어느 날 아주 작은 싹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싹은 조금씩 자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 비바람이 찾아와 연약한 나무를 흔들었고
때로는 태풍이 몰려와 가지를 휘청거리게 했습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무 뿌리가 뽑히지 않게
나무 주위의 땅을 꼭꼭 밟아주었습니다
나무는 쑥쑥 자랐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나무를 자랑했더니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가위를 건네주셨습니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위로 잔가지를 조심스레 잘라냈습니다
정말 손이 떨리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드디어 가지마다 사과가 열렸습니다
사과는 제법 먹음직했고 탐스러웠습니다
나는 사과를 들고 아버지께 달려갔습니다
사과를 보신 아버지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과를 쪼개어 씨를 건네주셨습니다
나는 이제야 사과 대신 사과 씨를 주신 아버지의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말없이 가위를 건네주신 아버지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내게 사과를 주셨다면
나는 사과나무를 못 보았을 것이고
나는 사과 씨의 무궁무진함을 못 보았을 것입니다
나는 사과를 심고 거둔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은혜였습니다
나는 이제 다시 사과 씨를 주신 아버지의 뜻을 이해합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아버지의 손길이 무엇인 줄 압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사과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나는 오늘도 사과나무를 심고
나는 내일도 사과나무를 가꾸며
나는 영원토록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거둘 것입니다
그것이 내게 사과 씨를 주신 아버지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2004.12.13
朋友 李 礎 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