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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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153호 · 2003-01-30

중국 진나라 말기, 유방을 도와 한(漢)을 세운 유명한 장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한신이다. 대장군이 되어 혁혁한 전공을 세운 그였지만 성장하기까지는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한다. 집이 가난하여 굶기를 밥먹듯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어려운 생활 탓에 남의 집 식모살이 하는 아낙의 밥을 얻어먹는 처지였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대장부의 꿈을 키우며 꿋꿋하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시정 무뢰배들에게 둘러싸여 큰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신, 네가 만약 대장부라면 우리와 한번 겨뤄 보자. 자신이 없다면 우리들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

명예를 중요시하는 당시로서는 큰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들은 한신이 어찌하나 보려고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한신은 너무도 태연하게 그들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몰려든 사람들은 한신의 비겁함을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한신이 어디 가든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나중에 그가 대장군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때 그들과 겨뤄보지 않았느냐?’고.

그 때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대장부로서 백만 대군을 호령하며 천하를 도모하는 일은 큰 일이라 할 수 있고, 시정 잡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한낱 소인배들의 작은 일이라 하겠으니 어찌 작은 일을 위해 큰 일을 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나!”

‘屈己者(굴기자)는 能處重(능처중)하고 好勝者(호승자)는 必遇敵(필우적)이니라’라고 했다.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중요한 위치에 처할 수 있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난다’는 뜻으로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성편(戒性篇)은 말한다. 이기는 것이 항상 이로운 것이 아니다. 때론 알고도 속아주고, 상대를 위해 져주는 것도 지혜로운 처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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