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제 할아버지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집회에 만난 하나님의 사람들
(왼쪽부터 아벨, 헤르솜, 알랜)
하나님은 항상 사람을 준비하신다. 어느 집회를 가건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오후 2시경 우리가 캔자스시티(Kansas City)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소할 수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짐을 찾으러 컨베이어 앞에 서 있는데, 짐이 모두 나왔다는 사인이 전광판에 뜬 후에도 목사님의 가방만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항공사 사무실로 찾아가 문의했더니 짐이 누락되었고, 추후 다른 비행편으로 올 예정이니 짐표와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현지인의 연락처가 필요하여 공항에 유일하게 영접하러 나온 헤르솜(Gersom) 전도사를 불렀다. 전형적인 마야족의 선한 인상이었다. 원래 짐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의 절차는 짐표와 연락처, 그리고 짐을 받을 수 있는 숙소의 주소를 주면, 항공사에서 배달을 해준다. 그런데 헤르솜은 자신이 공항에서 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전달해 드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멀리 한국에서 세미나의 강사로 오신 주의 종을 진심으로 섬기는 자세를 갖고 있구나’ 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날 저녁 7시가 되어 공항에서 가방을 찾아 호텔로 돌아온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목사님을 집회 기간 내내 수행했고, 일정을 마친 후에도 목사님이 가시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모실 것이고,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선하기도 하지만 참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와 함께 목사님과 통역관의 차량을 운전해 준 알랜(Allan)과 우리 일행을 대형 차량으로 운전해 준 아벨(Abel), 이렇게 세 청년은 항상 웃는 낯으로 섬겨주었다. 알랜은 출근해야 하는 날에도 일을 접고 목사님을 섬겼다. 정말 고마운 청년들이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이란 감동을 느낀다.
목사님은 첫날 그들을 모두 데리고 캔자스시티에 유명한 바베큐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사실 강사가 왔으면 대접해주는 것이 상례인데, 오히려 목사님은 그들에게 밥을 사주며 가르치셨다.
“호텔 밥을 먹을 게 아니라 이 도시에서 가장 전통적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가자. 짐승도 입으로 먹는다. 사람이면 눈과 귀로도 먹어야 한다. 음식에도 예절과 품격이 있는 것이다. 왜 고착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가? 인생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헤르솜은 매사 찬찬히 가르쳐주시는 목사님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자존감도, 자신감도 많이 부족하단다. ‘누가 자기를 사랑해 주겠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이 심해 움직일 때마다 호흡도 거친 것이 걱정될 정도였다. 목사님은 그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만날 때마다 그에게 관심을 표명하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난 네가 너무 좋다. 너는 보기에도 선한 아름다움이 풍겨 나온다. 살은 얼마든지 노력하면 뺄 수 있다. 포기하지 말아라. 너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은 너를 만드신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불량품을 만들지 않으셨다. 너는 세계 유일무이한 존재다. 너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너 자신의 유일한 독특성과 개성을 살리면 얼마든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고, 사람의 마음은 물에 비치는 것처럼 서로 보이기 마련이다. 만날 때마다 격려하며 안아주는 목사님이 좋았는지, 목사님이 자기 할아버지였으면 좋겠단다. 자기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많이 아쉽다고 했다.
마지막 날 아침 공항으로 떠나며 호텔 앞에서 인사하는 중에도 목사님은 그들을 데리고 호텔 앞에 피어있는 튤립꽃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 꽃들을 봐라. 다 같은 튤립이지만 색깔이 다 다르지 않은가. 인종을 초월하여 다 같은 사람이지만, 각자의 생김새나 개성, 달란트는 다르다. 너희 것을 찾으면 된다. 이제부터 생각을 바꾸고 멋진 삶을 살아라. 다시 만날 때는 꼭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항까지 배웅하며 작별을 아쉬워하는 그들을 목사님은 일일이 손을 얹고 축복하며 기도해 주셨다. 어쩌면 캔자스시티는 헤르솜으로 기억될 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까지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