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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지만 않으면 됩니다

1232호 · 2023-12-17
청춘, 그 아름다운 이름

그만두지만 않으면 됩니다

지난주 토요일엔 세워둔 계획이 많았습니다. 하나, 점심에 가족들과 외식하고 오후 세 시까지 함께하기. 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책 읽기. 셋, 다음 주 토요일에 있을 북토크 준비하기. 넷, 교회 신문글 초고 쓰기. 마감일이 어느덧 6일 앞으로 다가왔거든요. 회사 업무가 몰리는 시즌이라 주말에 써놓아야 약속한 날짜를 지킬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토요일에 초고를 쓰고 일요일에 완성해 마감날 아침에 한 번 더 다듬은 후 보내야겠다고 계획했죠.

그날 수첩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얼 할지 촘촘히 적다 보니 마치 당장 일을 다 끝낸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첫 번째 계획은 아주 순조롭게 했죠.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부모님 댁에서 낮잠을 거하게 잤습니다. 일어나니 오후 다섯 시. 저녁을 먹고 밖을 나서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선 꾸벅꾸벅 조느라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어요. 집에 와서는 느닷없이 겨울옷을 정리하고 빨래를 개어 넣고 세안하고 나니까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왜 한 것도 없이 피곤하지? 가볍게 유튜브 한두 편만 보고 세워둔 세 번째 계획을 실행하리라 마음먹었는데, 한 편이 두 편 되고 두 편이 세 편 되고 세 편이 네 편 되고 그러다 잠이 들었더랬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들었던 감정은 ‘한심하다’ 였어요. 미루는 습관, 유튜브를 오래 보는 습관, 부담스러운 일이 있으면 그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잠을 자버리는 습관이 한심하게도 여전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달라진 한 가지가 있다는 것. 예전에는 제가 너무 한심해 온종일 자책하고 후회하며 보냈는데, 요즘에는 거울을 보며 저에게 말합니다. “괜찮아, 오늘은 새날이야. 다시 잘해보자. 해낼 수 있어.” 책망은 알아서 잔뜩 하고 있으니까, 대신 나를 일으키는 말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후회되는 어제에 머물러 있지 말고 새롭게 시작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근래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좋은 습관이나 루틴이 무엇인지 글로 적는 날이 있었어요. 그날 어느 분이 이런 글을 남겼죠.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다.” 그러고는 자신을 응원하듯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잠깐 멈추고 쉬어도 돼. 그만두지만 않으면 돼.”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좋은 루틴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중간중간 구멍 뚫린 날이 있더라도 계속 멈추지 않는 일, 계획대로 하지 못한 어제의 나에게 실망하지 않고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응원하는 일, 해내지 못한 날보다 해낸 날을 점차 늘려가는 일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모태신앙인 저는 올해 처음으로 성경을 통독했습니다. 3년 반이 걸렸어요. 매년 연말에 교회에서 나눠주는 성경읽기표에 따라 하루 1장씩 읽은 덕분입니다. 이제는 아침이면 성경부터 손에 들고 의자로 갑니다. 찬송가 하나 부르고 성경 한 장 읽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4년간 지속된 생활입니다. 그럼에도 전날 회의 준비를 못 끝냈거나 늦게 일어난 날에는 주기도문만 겨우 하고 후다닥 집을 나서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실망스럽죠. 그렇다고 온종일 자책만 하고 있을 순 없어요. 또다시 새롭게 찾아온 하루, 하나님이 주신 새날을 힘차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성경을 펼칩니다. 그만두지만 않으면 됩니다.

2023년에 세웠던 계획, 혹시 이루지 못했더라도 실망은 조금만 하세요. 지나간 나날을 아쉬워하기보단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해니까요. 그만두지만 않으면 됩니다.

신은혜

주님을 향한 노래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우리 교회는 주일예배 순서 중 성가대 찬양 후에 워십팀의 율동이 있습니다. 워십팀은 단 옆의 계단 좌석에 앉아서 대기하다가 순서가 되면 무대에 섭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예배 시간에 총회장 목사님의 한 행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가대 찬양이 중반을 넘어서자 목사님께서 손짓으로 워십팀을 단 아래로 내려오게 하셨습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지나갔었고 매번 그러시는 것을 보고도 ‘별 차이 없을 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주 같은 장면을 보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목사님은 지극히 작은 부분에서도 미리 준비하시는 게 습관이 되셨구나!’ 기도원 집회나 해외 집회, 평화통일 기도성회 같은 대형 집회만 철저하게 준비하시는 것이 아니라 매주 드리는 주일예배의 한 순서까지도 미리 준비하시는 것을 다시금 보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 기도처 인테리어 공사가 있었습니다. 장로님 한 분이 전반적인 모든 공사를 담당하셨는데, 혼자 모든 일을 직접 하심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전혀 밀리지 않고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준비에 있었습니다. 그날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장로님은 전날 미리 준비하셨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재들은 며칠 전에 미리 주문을 해놓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루 일과에 전혀 지장이 없이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방음공사만 따로 담당했던 장로님이 계셨는데, 방음 작업에 필요한 자재를 미리 사다 놓으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처 사다 놓지 못한 겁니다. 방음공사를 하는 당일에 부랴부랴 자재를 사오느라 오전에는 아무 작업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하루에 끝낼 방음 작업이 이틀에 걸쳐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미련한 다섯 처녀의 유일한 차이점은 여분의 기름을 미리 준비했냐, 하지 않았냐 입니다. 미리 준비한 자들은 슬기롭다 칭찬을 받고 혼인 잔치에 들어갔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은 자들은 미련하다 여김을 받을 뿐 아니라 심지어 주님은 그들을 알지 못한다고 돌아서셨습니다. 하나님도 천지를 지으실 때 5일 동안 모든 환경을 다 준비하시고, 6일째 되는 날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예수님도 부활 승천하시어 천국에 우리의 처소를 미리 준비하러 가셨습니다. 요셉도 풍년 때에 흉년을 위해 미리 준비하여서 애굽 백성과 근방의 백성들까지 구원할 수 있었고, 다윗도 성전을 건축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다 미리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도 하나님과 예수님, 믿음의 선친들과 목사님을 본받아 이 땅의 삶과 영생의 삶 모두 미리 준비하시어 하나님 앞과 사람들에게 슬기롭다 칭찬받는 예수중심교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할렐루야!

이호민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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