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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호 목차 › 객원컬럼

믿음의 경지

1162호 · 2022-08-14

처음 예수를 믿고 성령을 받아 뜨거웠던 시절, 지인의 권유로 읽게 된 책이 있었다.

멜 테리 선교사가 인도네시아 오지(奧地)의 선교 사역을 기록한 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밀림 지역에서 선교하다 보니 도시처럼 물자가 풍족할 리 만무하다. 부활절을 맞아 성찬식을 하려는데 포도주는 고사하고 비슷한 음료조차 없는지라 선교팀은 주전자에 물을 떠다 방 한가운데 놓고 둘러앉았다. 그리고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성경의 기적을 베풀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선교팀 리더인 목사님이 대표로 기도하고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각자 마셨다. 모두가 포도주가 되었다고 시인하며 주전자를 성도들이 모인 곳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무사히 성찬식을 마쳤다.

그런데 저자인 멜 테리 선교사는 의문이 생겼다. 자신이 경험하기로 방에서 마셨을 때는 분명 물이었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동료 선교사는 어땠는지 궁금하여 따로 불러 조용히 물어보았다. 아까 목사님이 주전자에서 따라주었던 것이 포도주가 분명했냐고. 그 선교사 왈, 그냥 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포도주라고 말했냐고 하니까 그의 대답이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내 미각(味覺)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이 대답에 멜 테리 선교사는 큰 감동과 도전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과연 내 오감(五感)의 경험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있는가? 이는 단지 오감의 경험을 넘어서서 내가 가진 모든 생각, 지식, 경험, 의견, 주장, 자존심 등, 일체의 내 존재보다 하나님 말씀을 앞에 두며 그분의 말씀에 나를 완전히 복종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나아간다.

내 혀가 느끼는 감각보다 하나님 말씀이 옳다는 그의 말, 진실로 아름답고 순수한 믿음의 경지를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내 경험보다 하나님 말씀을 앞에 두고, 돌이켜 내 경험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기 원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작은 분쟁들조차 내 자존심을 꺾지 못하여 용서하지 못한다.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가 문제인 게 분명한데 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요? 그가 먼저 용서를 구하지 않는 한 나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위의 경우를 대입해보면 결국 하나님의 말씀보다 내 자존심이 앞서 있기에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하나님의 기적을 맛보고 싶은가? 나를 버리고 나의 빈 잔을 하나님 말씀으로 채우는 자만이 그 기적을 맛볼 수 있으리라.

Henry Han

henry88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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