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예배자들에게
얼마 전, 필리핀의 한 빈민촌에서 어린아이들이 예배를 드리는 영상을 봤습니다. 예배당이 없어 공터에 천막 하나 쳤을 뿐이었지만, 많은 아이들이 눈물로 찬양하며 아름다운 예배를 드리고 있었지요. 간증하는 시간이 되어 8살쯤 되는 한 아이가 나와 마이크를 잡더니 “오늘은 제 생일이지만 집에 먹을 음식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이렇게 간증합니다. “엄마가 교회에 가지 말라며 던지는 칼을 피하고 겨우 교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회 나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후 헌금시간이 되었습니다. 빈민촌이다 보니, 예배 때 걷힌 헌금은 거의 없었고, 그 가운데는 돈이 아닌 한 아이의 작은 편지도 들어있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너무 가난해 드릴 돈이 없어서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저를 만나주시고, 교회 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그 아이들의 예배를 본 저는 뭉클한 마음과 함께 성경 구절들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요4:24),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10). 하나님은 분명 이 허름한 빈민촌에 이름 모를 아이들이 드리는 예배를 기쁘게 흠향하시고 감동하셨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땅에 하나님의 은혜로 풍성한 축복이 넘칠 것이며, 우리 역시 어떠한 상황이든 이렇게 진심을 다해 예배해야 한다는 다짐이 밀려들었지요.
성경을 묵상하노라면, 이름과 행적이 세세히 기록된 유명한 인물들 외에도, 비록 숫자로 표기되며 사람들에게 이름조차 알리지 못했지만, 하나님께 인정받고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무명의 예배자들이 참 많습니다.
우상숭배가 만연한 아합왕의 시대에 엘리야 뒤에 숨겨진 무명의 7천 명 용사들이 그러했습니다. 초대교회 오순절 다락방에서 뜨겁게 기도하던 120명 역시 그들의 예배와 선교사역이 디딤돌 되어, 결국 머나먼 이 땅에까지 복음이 전파되었지요. 세상의 인정과 환경을 뛰어넘어 오로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는 마음을 담아낸 참으로 귀한 성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메마른 시내 광야에서 성막을 짓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용한 목재는 볼품없는 싯딤나무(조각목)였다고 하지요. 거친 사막에서도 깊이깊이 뿌리를 내려 지하수를 먹고 자라서, 결국에는 성막, 즉 하나님의 성전에 재료가 되니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겉으로 별 볼 일 없는 싯딤나무가 땅속에서는 깊이 뿌리 내려, 결국에는 성전과 법궤가 되듯 코로나 시대, 비대면 예배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더 깊이, 온전히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 은혜로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이 시대 무명의 예배자들, 교역자들, 선교사님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축복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