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저를 변화시키셨습니다
저는 대학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년 차 연극배우입니다.
저는 20대에 처음 연극을 시작하면서 어떤 것이 죄인지 모른 채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도 아쉬운 것 하나 없었습니다. 하는 일들이 잘 되고, 하고자 하는 목표는 항상 이루어냈습니다. 제 영혼이 피폐해지는지도 모른 채 말이죠. 팬들도 생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거만해졌습니다.
저는 어렸지만 연극과 뮤지컬을 병행하며 하고 싶은 작품과 배역을 해왔습니다. 다작배우였죠. 극단에 들어가서도 막내였던 저는 오디션을 통해 앞선 선배들을 제치고 하고 싶은 배역들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이때 제가 잘났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결과가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극단에서 4년 넘게 지내면서 모든 오디션에 합격했고, 주인공 위주의 비중이 큰 배역들을 맡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라는 작품의 오디션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번 작품 오디션 역시 당연히 붙을 줄 알았고, 햄릿이라는 배역으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때부터 제가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오디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나는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표님과 연출가님, 형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안 좋아졌고, 점차 무대 위의 삶도, 무대 아래의 삶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 동기를 찾기 위해 잠시 무대를 떠나게 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서 무작정 국토 종주를 떠납니다.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해 최북단 통일전망대까지…. 23일 동안 하루에 평균 10시간을 걸었습니다. 저는 입시 때 현대무용을 배우다 무릎을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무릎 연골판이 어느 정도 제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무릎으로 국토 종주를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고 완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걸은 지 이틀 만에 무릎에 통증이 와서 잠도 못 자고 굉장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때, 오랜만에 간절히 기도합니다. “무릎이 이렇게 아프지만, 꼭 완주하게 해주세요, 이 고통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오랜만에 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하나님이 정말 계신가?’, 믿음이 연약했기에 느끼고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국토 종주를 하다 보니 처음 보는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됩니다. 걷기 7일째 정도 되었을까 편의점 앞에서 짐을 내려놓고 땀에 찬 양말을 말리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초코파이와 생라면, 그리고 믹스커피를 타서 두고 가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음에 또 봐요~”라는 인사를 하고 떠나십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왜 또 보자고 할까?’ 참 의아했습니다. 이 아저씨를 시작으로 어떤 식당 아주머니는 아예 음식값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밥 먹기 전에 기도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교회 다니니?”,
“네.”, “의미 있는 여행하는구나, 밥값은 안 내도 돼.” 이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전 기도를 한 날이었습니다. 이 뒤로는 지금까지 식전 기도는 절대 빼먹지 않았습니다. 또, 소풍 나온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데 지나가는 저를 부르더니 붙잡아 앉히고 음식을 먹여주셨습니다. 그중에 계신 한 아주머니가 빵과 음료수를 가득 챙겨 주시며 ‘살면서 힘들면 지금 힘든 거 생각하면서 버텨! 파이팅!’ 응원해주셨습니다. 마음이 뭔가 이상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 종주를 시작했을 때는 나의 고민에만 빠져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낯선 청년에게 거리낌 없이 선의를 베풀던 사람들 덕분에 그동안 긴장하고 가둬놨던 마음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졌습니다. 허물어진 마음의 틈으로 저절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하나님이 계시는 걸까?’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6일째 되는 날 밤에 온몸에 통증을 느낀 채 숙소를 향해 걸으며, “하나님, 정말 살아 계세요? 저 좀 만나주세요!”라고 답답한 마음에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이 다 나잖아. 걸으면서 널 도와준 자들이 다 나야.” 섬광처럼 지나간 그 말이 어디서 울렸고 어떻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난 들었고 느꼈습니다. 0.1초 만에 가슴속에서 퍼지는 말, 이때 저는 하나님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고, 주저앉아 큰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여태껏 오면서 나를 도와주었던 그분들 모두가 하나님이셨습니다. 왜 처음 만났던 아저씨가 헤어질 때 또 보자고 했었는지 조금은 의문이 풀렸습니다.
17일째부터는 하나님과 동행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만들어놓으신 자연들을 보며 감탄하고 찬양하며 정말 신나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23일 만에 완주하게 되었고, 저의 모든 것은 변해있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변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를 체험한다면 사람도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고 다시는 피폐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름도 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요셉’이라는 귀한 이름으로요. 이때가 30살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내 삶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국토 종주를 마치고 연극배우로 돌아와 다시 가장 작은 역할부터 시작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릴 그 날을 기대하고 기도하면서요. 그러던 중 2017년 크리스마스 성극 팀에서 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합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쓰신다는 것에 감사했죠. 하지만 믿음이 연약한 저는 아주 작은 역할과 연기 지도 파트를 맡았습니다. 그것 또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저를 그 성극에 주인공인 베드로로 세워주셨습니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교회도 잘 나오지 않던 내가 이렇게 큰 배역을 맡았을 때 회중들에게 은혜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럴수록 더욱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고 베드로의 마음에 점점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 마음은 저의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고 나서 천국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털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이 돋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은혜는 잊지 못합니다. 그때는 베드로가 아닌 제가 예수님을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달려가서 와락 안지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죄송해서 만지고도 싶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손을 잡고 물어보십니다. “시몬아, 넌 날 사랑하느냐?” 시몬이 제 이름이 되어 들립니다. “요셉아, 넌 날 사랑하느냐?” 전 어렵게 대답합니다. “주께서 아시나이다.” 종주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행동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베드로라는 배역을 하면서 저의 신앙은 반석 위에 세워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성극이 끝나고 난 뒤 저는 서울청년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극단에 가서 하나님을 전하는 믿음의 공동체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하나님께선 생각지도 못하는 방법으로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이라는 큰 무대에 부족한 저를 주인공으로 세워주셨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나이와 상황으로 봐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받은 은혜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지금은 지역장이라는 큰 직분을 받아 공동체를 귀하게 섬기고 있습니다.
저를 사랑하셔서 변화시키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릴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