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의 강함
‘해와 구름의 내기’는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해와 구름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지 시합을 한다. 구름이 강한 바람으로 옷을 벗기려고 하지만 바람이 강할수록 나그네는 옷깃을 더욱 단단히 여미었다. 그리고 결국 햇볕의 따뜻함에 나그네는 옷을 벗어버린다.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나보다 어른인 지금 더 필요한 이야기이다.
과중한 업무와 바쁜 일상 속에서 나날이 강퍅해진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난폭한 성격으로 변하고 있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직면하면 쉽게 폭발하는 ‘콜라’ 같은 사람이 되었다. 기도하고 번민하며 나를 다스려봤지만 세상의 고단함으로 굳어진 나쁜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인내와 오래 참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절제와 온유의 기쁨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내 변화의 시작에는 남편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사실 한번 화가 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았던 내가 제일 쉽고 만만하게 화풀이를 했던 대상은 부끄럽지만 남편이었다. 힘이 들면 힘이 들어서, 속상하면 속이 상해서 정말 온갖 이유를 대며 남편에게 화를 내고 불평불만을 토로하고는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따뜻한 햇볕이 되어 끊임없이 나를 받아주었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파도가 되면 모래가 되어 받아주었고, 모든 것을 다 없애버릴 듯 불같이 화를 내면 물을 부어 나의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지친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었다. 남편의 오래 참음에 나는 변할 수 있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며칠 전, 작은 다툼 끝에 남편의 따스함에 새삼 놀라며 그 인내력의 비밀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비밀은 다름 아닌 남편의 기도였다. 내가 화가 나서 펄펄 뛸 때마다, 화를 참지 못해 뛰쳐나갈 때마다, 짐승처럼 소리 지르며 울부짖을 때마다 남편은 간절한 기도로 내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내가 화를 내면 낼수록 더 간절하게 기도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 같다. 요즘 나는 매우 평온한 상태에 있다. 가슴 깊은 곳에 있던 태풍의 눈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자리에는 주님이 주신 평강과 은혜의 물결이 넘쳐흐르고 있다.
나그네의 옷깃을 열게 한 것은 햇볕의 따스함이었다. 차갑게 굳어있던 나의 마음이 풀려 평강 가운데 임할 수 있는 것은 기도로 기다려준 남편의 따뜻함이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강한 것은 위태로운 마음을 쓸어주는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과 음성이다. 하나님은 못나고 부족한 나에게 남편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일깨워주셨다. 좋은 남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제는 내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훈지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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