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옷은 그저 색동저고리가 아닙니다

“요셉은 노년에 얻은 아들이므로 이스라엘이 여러 아들 보다 그를 깊이 사랑하여 위하여 ‘채색옷’을 지었더니” 바로 창세기 37장 3절의 말씀입니다. 이로 인해 요셉의 형들은 그를 미워하고 시기하다, 급기야 그를 죽이려고 모사를 꾸미게 되죠. 그래서 애굽(이집트)에 노예로 팔아버리게 됩니다.

사랑의 표시로 요셉에게 지어 입힌 ‘채색옷’이 결국 형들의 비위를 건드린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도대체 요셉에게 지어 입힌 ‘채색옷’이 무엇이었기에 이 매정한 형들은 사랑하는 그의 아우를 미워하고 급기야 죽이려고 이렇게 모략을 꾸미기까지 했는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영어 성경(KJV번역본)은 이 ‘채색옷’을 ‘coat of many colours’라고 쓰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색동저고리를 연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실상 히브리어 성경은 ‘채색옷이란 소매 달린 긴 옷’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평범하지만 단지 흰색의 긴 셔츠가 바로 ‘채색옷’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하지 않습니까? 그런 평범한 셔츠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요셉의 형들이 그렇게 흥분하고 있는가 말입니다. 단지 아버지가 동생에게 옷 하나 맞춰줬다고 그것이 그렇게 탐나고 부러워서였을까요? 아니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문제는 이 ‘채색옷’을 입을 수 있는 자가 제한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사막지대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베두인족의 풍습에 따르면 각 부족에서는 오직 두 사람만이 매우 긴 소매 자락이 달린 옷을 입을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그 부족의 족장이요, 다른 한 사람은 바로 족장의 후계자였지요. 자, 그럼 이제 해답이 나온 것 같군요. 왜 요셉의 형들이 그토록 요셉에 대하여 질투하고 분노했는지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셉의 형들은 요셉이 후계자가 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같습니다. 부족을 지배하는 족장의 계승권이 어떻게 아무 공로 없는 어린 동생에게 넘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그들 모두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채색옷’, 그것은 단지 귀여움 받는 막둥이의 색동저고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부족을 이끌어 나가는 족장과 그의 후계자를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요셉의 형들이 그토록 동생 요셉을 미워하고 저주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