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는다

설교에 관한 이야기라면 재미난 일도 참 부끄러웠던 일들도 많다. 지금도 가만히 자리에 앉아 그때 일을 생각하자면 달아오르는 얼굴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목회 초년병 시절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리라’ 하여 매번 기억이 새롭다. 하루는 인천 교회에서 설교를 마치고 단에서 막 내려오던 참이었다. 그런데 열과 성을 다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터라 그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 나에게 여선교회 부회장이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오늘 설교는 국문학적으로 잘못됐어요.” 순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던 집사는 이화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게다가 교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가 하는 말이 결코 엉뚱한 말은 아닐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다는 목사가 피땀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외치고 나온 후에 듣는다는 말이 ‘국문학적으로 틀렸다’니 그 기분이야 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얼굴은 홍시 마냥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나는 덥썩 그의 손을 거머쥐었다.

“그래, 내가 틀린 게 뭐지?” 부끄럽다느니, 알량한 자존심이 뭐 어쨌다느니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잘못은 잘못이고,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다. 부족한 것을 지적 받았으면 지금 바로잡으면 되지 않겠는가! 어줍싸리 아는 척이나 했다간 더욱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다. 배우고자 함인데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인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부끄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더욱 노력하여 실력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또 얼마나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매달려야 했는지….

한번은 강화도에 있는 모 기도원에 설교하러가서 생긴 일이다. 어찌나 설교가 술술 풀리던지 도대체가 밤이 맞도록 해도 막힘이 없다. ‘우와, 사도 바울이 날을 꼬박 세워 설교를 했다더니 바로 이랬나 보구나!’ 해도 해도 영감은 도무지 끊일줄 몰랐다. 그렇게 신이 나서 설교를 하다 보니 그만 날을 꼬박 세우고야 말았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며 어떤 장로님이 ‘제 멋에 취해 날뛰는 구먼!’ 하며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내가 성화(聖化)가 덜 되어 있을 때라 그 말을 들으니 화부터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내 가만 두나 봐라’ 이렇게 마음을 먹고 한참을 기도하는데 그런 마음 위로 성령께서 이렇게 감동을 주시는 것이었다. “네게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느냐.”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씀이다. 듣기 좋은 소리야 주위의 허다한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듣는 바이지만, 그 누가 싫은 소리를 해주었던가!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나는 그 장로님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어리석게 생각한 것을 사과드리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받았다.

그렇다. 좋은 약은 당장엔 쓰겠어도 오히려 우리 몸엔 이롭다. 지나온 내 삶은 실수 투성이였다. 수도 없이 실수했고 또 수도 없이 부끄러움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고 묻고 또 물었다. 겸허히 마음을 낮추고 귀를 낮추었다. 내가 이렇게 나를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성공을 위해, 오직 내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또 얼마나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아픔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더욱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길 원하는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하나님은 지금의 나로 성장케 하신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성공을 위해 묻어 버려라! 그리고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라! 나의 눈은 오늘을 보되 내일을 그린다. 그리고 그 내일이 있기에 잠시 잠깐 넘어진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주님 오시는 날까지 달려갈 것이다.

- 이초석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