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돈을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잠11:30)
벌써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이 불쑥 저를 찾아왔습니다. 모처럼 해후한 친구와 저는 제3한강교를 걸으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자네가 내 아내와 자식을 맡아주게. 내가 병들어 얼마 살지 못한다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무척 놀라서 “내가 어떻게 자네 아내와 자식을 맡는단 말인가?” 했더니, 그는 “지난 날 내 동생 대학 입학금을 대준 것도 자네였고, 내가 취업할 때 보증을 서준 것도, 병원비를 대준 것도 자네였네.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네밖에 내 가족을 맡길 사람이 없어 이렇게 자넬 찾아왔다네.”라고 했습니다.
그날 저는 그 친구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예수님을 소개해주고 집에 돌아왔는데, 밤이 깊도록 심란하여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원을 거닐며 깊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과연 세상을 하직할 때 내 가족을 맡길 사람이 있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럴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 나는 ‘사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11:30)는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고 사람을 얻기 위해 부심했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제게는 저를 위해 생명보다 귀하다는 물질을 아끼지 않을 사람, 위기가 왔을 때 저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진정한 동지로, 동역자로, 그리고 친구로 말입니다. 그들이 곁에 있는 것이 제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곧 힘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 역시 사람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역사(歷史)란 곧 사람들의 행적이고, 세계사(世界史) 역시 시대별로 분류된 사람들의 발자취를 기록한 것입니다. 경제사(經濟史)도 사람들의 업적 아닙니까? 하나님도 사람을 들어 일하셨습니다. 그래서 ‘길과 돈을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사람을 얻어 성공적인 삶을 산 지혜로운 믿음의 선친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을 받고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난 자입니다.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그가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지혜로운 자인지라 그돌라오멜과 동맹한 왕들이 침입하여 조카 롯을 사로잡아 갔을 때 318인을 거느리고 쫓아가 조카 롯을 찾아왔습니다. 318인은 바로 믿음과 정의의 용사들로 아브라함의 인맥이었습니다(창14). 아브라함의 인맥형성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는 그의 아내 사라가 향년 127세로 죽었을 때도 잘 나타납니다.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 아내를 묻을 매장지가 없다고 하자, 그들은 “우리 묘실 중에서 좋은 것을 택하여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 우리 중에서 자기 묘실에 당신의 죽은 자 장사함을 금할 자가 없으리이다”(창23:6)고 합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헷 족속과 좋은 인맥을 형성해놓은 것입니다.
다윗도 그렇습니다. 사무엘하 23장에는 다윗의 용사 37인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될 때까지 배후에서 그를 돕고 따르던 자들로 다윗의 조력자이며, 다윗의 인맥이었습니다. 요셉이 약관의 나이에 애굽의 국무총리 대신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인맥형성의 결과입니다. 그는 보디발 아내의 보복성 위증으로 옥에 들어갔지만, 술관장을 만나 인맥을 쌓았기에 바로의 꿈도 해몽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창40). 이방인 중에서도 요셉을 중용한 애굽 왕 바로나 포로로 끌려온 다니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를 택하여 교육시켜 등용한 느브갓네살 왕, 그들은 사람을 얻음으로 국가를 융성케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습니다. 사울은 다윗 하나만 얻었어도 그로 인해 엄청난 인맥을 쌓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신이 유방에게 “저는 백만 대군을 움직이는 자이오나 왕께서는 백만 대군을 움직이는 자를 좌지우지하는 분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사울이 지혜로운 자였더라면 만만의 칭호를 받은 다윗을 통해 많은 사람을 얻고 힘을 축적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또한 다윗의 손자이며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도 아비 대의 중신들을 무시하고 젊은 신하들을 중용하더니 나라가 두 동강 나고, 할아버지, 아비 대에 주변국들의 존경과 조공을 받던 시온의 영광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요셉을 잃은 보디발의 아내, 야곱을 잃은 라반도 동일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아들 같은 나이의 제갈량이었지만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세 번씩이나 자존심을 무릅쓰고 찾아가 당대 최고의 전략가를 얻었기에 삼국통일의 대업을 도모할 수 있었지 않습니까. 우리 예수님은 12제자를 얻고, 70인의 제자를 얻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과 휴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주님의 지상명령을 이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힘이요, 인맥은 금맥입니다. 인맥이란 것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해주고 갈 수 없는 곳에 날개가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먼저 사람을 얻으려면 감정을 건드리지 말고 감동을 시켜야 합니다. “노엽게 한 형제와 화목하기가 견고한 성을 취하기보다 어려운즉 이러한 다툼은 산성 문빗장 같으니라”(잠18:19). 인재는 인정을 해주면 목숨을 걸고 충성하지만, 무시하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립니다.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마음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인정해주고 믿어줘야 합니다. 인연은 하나님이 맺어주지만 관계는 내가 형성해가는 것이니까요.
꿀을 얻기 원하면서 꿀통을 발로 차면 안 됩니다. 꿀을 따다주는 벌이 쏜다고 벌집을 걷어차 버리면 꿀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벌들이 달려들어 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을 도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들을 신뢰하고 인정해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목숨을 걸고 충성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을 얻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얻는 가장 큰 지혜가 있습니다. 검사, 판사, 의사, 목사…, 사, 사, 사가 많은데 그 중에도 가장 귀하고 존경 받는 것은 봉사(奉仕)라는 것입니다. 봉사하는 자, 봉사정신이 있는 자에게 사람은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물은 낮은 곳에 고이고, 물이 있는 곳에 고기가 모이듯, 낮아지는 자에게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가장 낮아지셨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 그래서 그 분에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그 분을 따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사도 바울을 쓰실 때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낮아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벌과 지식, 문벌의 자랑거리를 제하셔서 낮게 만드셨습니다. 그가 낮아져 섬겼더니 루디아 및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사람을 얻으려면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의리(義理)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합니다. 곧 그것은 사람에게는 신뢰요, 하나님께는 믿음이지요. 이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만남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바로 다윗과 요나단이 그랬습니다. 요나단은 왕자로서 차세대 왕좌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인 다윗을 위하여 아버지 사울의 궤계를 알려주어 다윗을 살려냈습니다. 그 후 사울의 왕권을 이어 받은 다윗은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을 찾아 궁에서 살게 했고 그와 겸상을 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리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씀합니다. “불의의 재물은 무익하여도 의리는 죽음에서 건지느니라”(잠10:2), “재물은 진노하시는 날에 무익하나 의리는 죽음을 면케 하느니라”(잠11:4).
탑을 쌓기는 어렵지만 공들여 쌓은 탑을 허물기는 한 순간이듯 사람을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습니다. 사람을 얻는 지혜와 더불어 얻은 사람을 잃지 않는 지혜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할렐루야!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줘라
사람을 얻는 자는 성공하고
사람을 잃는 자는 실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