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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호 목차 › 객원컬럼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954호 · 2018-06-10

6·25전쟁 때 갑작스런 중공군의 난입으로 국군은 분루(憤淚)를 머금고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 유명한 1·4후퇴가 벌어져 온 나라가 피난 행렬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 난국을 해결하고자 당시 정부는 전국에 10대 후반부터 40대 남성들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이때 모인 남정네가 무려 50만! 이들을 국민방위군이라 칭하고 후방 51개 훈련소에서 먹이고 입히고 훈련시켜서 전세를 뒤집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막대한 비리가 터져 나온다. 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윤근 준장과 그 일당들이 작당하여 그 당시 23억, 현재 화폐가치로 따졌을 때 무려 15조원이나 되는 부대 예산을 착복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동원된 국민방위군들에게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피복과 전투장비, 심지어 숙소 또한 지원되지 않았고 이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엄동설한에 내몰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간 젊은이들이 속출했다. 결국 조직된 지 100일 만에 8만 명, 최종적으로 10만여 명이 죽어갔다. 3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전사한 군인 숫자가 총 14만 명이었는데 총 한 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하고 헛되이 길에서 죽어나간 희생이 이 정도라니…. 더구나 이러한 비리사건으로 말미암아 전쟁의 양상을 뒤집을 마지막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성경에는 수 없이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될 때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 자리, 자기 위치를 이탈할 때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나 가족, 그리고 나라에 화(禍)가 뒤따랐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이 자기 아내 사라를 바로와 아비멜렉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가나안을 떠났을 때 발생했다. 세겜에서 디나가 몸을 더럽히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야곱이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그 땅에 안주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엘리 대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벨리알의 아들’, 곧 ‘마귀의 자식’이라 일컬음을 받은 것도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이로되 하나님의 제물을 탐하고 회막에서 수종 드는 여인을 함부로 취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질투에 눈이 뒤집혀 왕의 소임은 뒤로 한 채 평생을 다윗을 뒤쫓다가 결국 길보아산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던가!

이는 비단 성경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본분, 자기 위치, 자기 자리를 망각하고 재물을, 명예를, 쾌락을, 편안함을 추구하다 넘어지고 자빠진 영혼들이 우리 주위에 한 둘이 아니지 않는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것이 욕심이요 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망이다.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말자! 자기 본분, 자기 사명에 집중하자!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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